텃밭일기

한겨울에 수확한 당근

nami2 2023. 1. 3. 22:13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당근을 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12월 중순쯤이었다.
그런데 바쁜 일이 자꾸만 생겨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쩔수없이 당근을 캐던 날은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영하3도의 추운 날씨였다.

추위가 별로 없는 동해남부 해안가 날씨에서 영하3도는

많이 추운 날이었고, 바람 까지 분다면 체감온도는 영하7도 정도 된다.

 

그래서 혹시 얼었을까 조바심을 내봤고
해를 넘기기 전에 당근을 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추위도 잊은채  부랴부랴 당근을 캐내는데...
땅이 얼어 있어서 삽, 호미, 칼,곡괭이 등
온갖 연장을 있는대로 사용해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캐내는 것은  분명 당근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흙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인삼을 닮은 기가막힌 당근이 나오고 있었다.

인삼을 닮은 이상한 당근!!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던 당근캐기였었다.

땅이 얼어 있어서그런지

추위를 피해서 땅속으로 뿌리가 들어갔었기 때문인지

이 정도 흙을 캐면, 쑥~ 뽑히는 것이 원칙인데

아무리 힘을써봐도 당근은 뽑히지 않았다.

억지로 당근을 뽑아내면 부러져서 나왔기에 결국에는

부러진 당근을 캐내려면 삽질을 해야 했다.

 

날씨가 추웠지만 12월 중순까지도 잎이 사그러들지도 않았고

얼어서 못쓰게 되지도 않았던 당근밭이다.
주인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수확 시기를 놓쳤는데도
꿋꿋하게 기다려준 것이 고맙기만 했지만, 수확할때는 애를 먹였다.

살짝 얼어있는 흙속에서 쭉쭉뻗은 예쁜 당근이 나왔다.
이 정도라면

그런대로  당근농사 잘지었다고 ...자화자찬을 해봤다.

그런데 당근을 캘수록, 점점 이상한 당근이 나오기 시작했다.
땅속으로 땅속으로 끝도없이 들어가 있어서
호미질을 하면 끊어지는 당근이 있는가 하면

아예 흙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골때리는 당근도 많았고
인삼을 닮은 당근도 나오고 있었다.

당근을 캐는데,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한겨울에  날씨 까지 추워서인지
당근 캐는 것도  진짜 고행이었다.

당근 꼬라지는 기가막혔다.
한개라도 멀쩡한 것이  없었다.
그냥 몽땅 흙속에 파묻어 버리고 싶었지만
농사 지은 것이 아까워서 포기 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이런 꼬라지인가?
거의 당근이라기보다는 인삼모습...
기가 막혀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당근의 효능에  '눈건강'이 있어서
매일 아침에 당근쥬스를 마시려고, 당근 농사를 지었더니
당근 꼬라지가 너무 기가막히니까
누구에게 당근 캤다고 자랑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꼬라지는 이러했어도, 당근은 달고 맛있었다.

8월 중순쯤에  밑거름을 하고, 당근씨를 뿌린 후
내가 했던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당근 꼬라지가 이렇다고 할말은 없다.


영양제도 준적이 없고, 비료 한번 준 적도 없었다.
가을 가뭄에 물도 퍼다주지 않았고
어쩌다가 풀뽑아준 것이 전부였는데
농사 잘되기를 바란다면, 도둑심보가 아닌가
당근 꼬라지 앞에서 반성을 해봤다.

당근을 심은 용도는 당근쥬스였다.
원래부터 아침에 당근쥬스 마시려고, 씨를 뿌린 것이니까
크게  할 말은 없었다.

당근에는 녹황색 식품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높여주고

각가지 질환 예방과 눈건강에 좋은 건강식품이라 한다.

 

당근의 효능에는

1,혈당조절  2,항암작용 3,눈건강 4,노화방지 5,콜레스테롤 수치개선

6,면역력 증진 7,잇몸 건강 8,피부재생 9,체중조절 10,뼈 건강

 

쥬서기에 당근을 한소쿠리 넣고 쥬스를 만들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제법 단맛이 있어서 사과와 곁들여서 즙을 내지 않아도
맛있는 당근쥬스라는 것에, 한컵을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꼬라지 우습게 생겼어도, 흉보지 않을 생각이다.

어째튼 부담없이 마실수만 있다면, 꼬라지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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