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까지

nami2 2023. 1. 27. 22:39

몹시 춥다는 느낌에 세찬 칼바람 까지 불어대는 추운 겨울날에

해안길을 걷고 싶어서 또다시 길을 나섰다.

추위를 즐기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함인지

변화가 없는 겨울날의 하루 하루가

너무 지루했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요즘에는 자꾸만 길 위를 서성거리게 된다.

 

진짜  추운겨울이 이런 것이었나, 실감을 할 만큼 추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블루나인 파크 주변은 한파도 비켜가는 것 처럼 웅성거림이 보여졌다.

동해남부선의 옛 철길 주변은 말끔하게 정비되어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변해 있었으나
분위기스러웠던 폐철길 모습은 흔적간 곳 없다는것이 조금은 씁쓸했다.

철길 옆 데크길에서 바라본 바다!
그리고 소나무 숲 사이로 보여지는 빨간등대가
참 앙증맞을  만큼 예뻐보였다.

해운대 미포 블루라인 파크 입구

2020년에 문을 연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는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송정에 이르는 4,8km 구간의

동해남부선 옛철도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하여
수려한 해안 절경을 따라  해운대 해변열차와  해운대 스카이캡슐을 운행하는

국제관광 도시,  부산 해운대 관광특구의  핵심 관광시설이라고  한다.

해운대 스카이캡슐은
신비로운 해안 절경을 7~10m 공중레일에서 관람하며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까지 2km구간을 운행하는 낭만적인 캡슐이다.

해운대 미포 끝집이라는 음식점이
꽤 분위기 있어 보였다.

바닷가 끝집이라는  간판은 가는 곳마다 특이하게 볼 수 있었다.

미포 끝집, 구덕포 끝집, 월전 끝집, 해안가 끝집

 

그린레일웨이  길을 따라서 호젓하게 걷는 것은 즐거움이었으나
한번은 호기심에 걸어갔지만 두번은 갈 수  없는 길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까지 걷는 길이었다.

며칠 전에 걸었던 송정에서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까지 걸었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안들었는데 
천하의 겁쟁이라고 하는 내 수준에서는 너무 두려웠다.

 

혼자 걷는 길...
데크 밑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그리고 세찬 바닷바람
더구나 데크 바깥쪽 바다는

스카이 워크 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절벽 아래 바다였기에
머리가 쭈빗쭈빗, 다리는 후덜덜...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길이 끝나는 곳은  청사포 였기에  마음을 비웠으나  많이 두려웠다.

달맞이 터널

그린레일웨이 에서 뒤를 바라보는데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위기를 느낄 만큼 세찬 바람이었다.
멀리 해운대 해수욕장이 가물가물이다.

앞에도 뒤에도 인기척이 없는 데크길 위는
긴장을 할 만큼 무섭고 두려웠다.

길 바깥쪽은 쳐다보기 싫을  만큼 아찔한 절벽아래의 시퍼런 바다
데크는 바람에 의해 휘청이는듯 해서

왼쪽 철길 옹벽에 바짝 붙어서 걷는데도 무서웠다.

 

혼자 걷는 길이 무섭다고 느껴질때
해변열차가 다가와서 잠시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갯바위 주변에
이색적인 바위가 쌍을 이루고 있었다.
사진 찍는 것도 버거울 만큼  무서웠으나, 언제 또 이길을 걷겠는가
용기를 내어 사진을 찍어봤다.
카메라를 떨어뜨릴 만큼의 세찬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

엄청 긴장을 하게 했다.

문텐로드 주변 쯤  장승들이  마음의 친구가  되어주는 듯 했다.

해학적인 모습들이 귀엽고 멋져서 잠시 멈춰서고 싶었지만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걷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자꾸만 뒤를 돌아봤으나  진짜 아무도 없었다.
주저 앉을 만큼 두려웠으나
길은 멀고...
왜 이 길을 걸으려고 했었는지 후회를 해봤다.

장승들이 있는 곳에서 10분 쯤 걷다보니, 청사포  마을, 길 위에 섰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시는 이 길을 걷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며
예쁜 벽화를 찍으면서 마음을 위로해봤다.

청사포 당산나무는 수령300년 되었다고 한다.
나무 주변에 당집이 있는 것을 보니
300년 동안 청사포 지킴이가 아니었나 생각해봤다.

청사포는 빨간등대가  있어서 더 멋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고개를 돌려서 포구쪽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었다.
왜냐하면 10년전의 분위기 있던, 청사포 마을은
온데간데 없어졌기 때문이다.

 

청사포를 상징하는 빨간등대가 있어서

그래도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을은 변해 있었어도 등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내가 살던 곳은

청사포가 내려다 보이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이었다.
그때만 해도  조개구이, 생선회를 먹기위해
가족모임을 자주 했던 곳이  작은 어촌 분위기의 청사포였는데
지금은 그 흔적 조차 없는...
도심 속과 다를바 없이 변해 있는 모습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 버스를 탔다.
언제 부터 생겼는지는 모르나 하얀 등대도
웬지 낯설어 보였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청사포였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날의 해운대 해수욕장  (16) 2023.01.31
해운대 동백섬 해안 산책로  (14) 2023.01.30
송정해수욕장의 끝, 구덕포  (20) 2023.01.26
동해남부 폐선,철길위에서  (19) 2023.01.19
송정해수욕장 옆 죽도공원  (8)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