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한 해의 끝자락 장안사에서

nami2 2022. 12. 30. 22:24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어차피 떠나보내야 하는 한 해의 끝자락은
언제나 겪어왔던 일인데
왜 그렇게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인지?
그것은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드는 새해는 막을 수 없으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 마음을 비우게 된다.

한 해를 보내면서 절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장안사로 발걸음을 했다.
장안사는 나의 재적사찰이었으므로

교무금을 납부해야 했고, 절집 달력을 가져와야 했으며
나름대로 부처님전에서 한 해의  마무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 해를 보내는 부처님 전에서의 기도는
한 해 동안 평온한 마음으로  잘 살아왔다는 감사의 백팔배였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장안리 598, 불광산 장안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범어사 말사로서

신라 문무왕13년 (673)에 원효대사께서 척판암과 함께 창건하여

처음에는 쌍계사로 했는데, 신라 애장왕(809년)때 장안사로 고쳤으며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되었다가

조선 인조 8년(1631)에 의월대사가 중창했고, 인조 16년(1638)에 중건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20분쯤 걸어 들어가는 산 길은  

오고가는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 호젓한 길이었다.

휑한 바람이 불어와서 모아놓은 낙엽들이
분위기를 만들은듯, 혼자서 걷는 길에 즐거움이 뒤를 따라왔다.

계곡의 얼음속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얼음의 두께가 제법 꽁꽁 얼었는데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와서

얼음 위를 걸어 들어가서 구멍 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고즈넉한 경내에서 스님의 목탁소리가 적막을 깨트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49재 막재인듯

소각장으로 가기 전에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극락왕생 발원하는 불경소리가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장안사에서도  새들을 위한  겨울 먹거리 붉은 감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이 되어주었다.

말랑 말랑....
땅 위로 떨어진 감으로 길 위를 도배 한듯 했지만
나무위의 물렁해진 홍시 감도

바람이 불어오면 곧 떨어질 것 처럼 위태롭게 보여졌다.

마음을 심지로 , 자비를 기름으로
생각을 그릇으로 삼고
공덕을 빛으로 삼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라 <화엄경 >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마음이
모든 괴로움을  일으키는 뿌리가 된다
세상의 온갖 것에  대해 가지려는  생각을 버린다면
항상 마음이 편안하여  마침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화엄경>

장안사의 달력을 받아옴으로서, 올 해의 마무리는 모두 끝낸듯...
임인년을  미련없이 잘 보내고
찾아오는 계묘년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하루도 마무리 잘하고

밝아오는 새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두손모아 합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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