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초겨울날,길 위의 풍경들

nami2 2022. 11. 30. 22:26

그다지  큰 추위는 아니었건만, 폰으로 날아드는 안전문자는
사람의 마음을 주눅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쓴웃음을 짓게 했다.
오늘 아침 기온은 3도, 낮기온은  6도였다.
동파방지, 도로결빙, 한파경보,노약자 외출금지' 라는 메세지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과는 전혀 무관하건만
왜 그리 호들갑스런  안전 문자가  자꾸만 날아드는 것인지?

소잃고 외양간 고칠 일이 없다는데도 지나친 과잉친절...!!

 

그래도  영하2도로 예약중인  내일 아침의 기온을 염려했기에
텃밭으로 나가서  심어놓은  돌산갓을 뽑아냈고

뽑아낸 것을  손질하는 동안  한기를 약간 느꼈을뿐 그리 추운날은 아니었다.

 

아파트에서  10분 거리의 텃밭으로 가는 도중에 눈에 비춰진 풍경들은
지금이 이른 봄인지,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가늠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들쑥 날쑥, 계절의 정체를 알 수없는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만 할뿐인데...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곳은 아직 춥기만한  초겨울이  아니라

약간은  싸늘해져서  몸이 움츠려드는  늦가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도로의  조경수로 심겨진 벚나무의 단풍은 거의 마지막을  연출하고 있었다.
대롱대롱  안간힘으로 버텨내는....
바람 앞에 등불 처럼,  언제 어느때  바람에 날려갈 것인지
위태로운  하루 하루가  안쓰럽기만 했다.

어느 집 마당가의 감나무가 제법 화려했다
꽃을 가꾸듯,  잘 보살핀 나무의 단풍은
마지막 한 잎 까지도 멋스러울 것 같았다.

감나무의 단풍이 저렇게 예쁘다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애기동백꽃도 이제는 완전한 경지에 다달은 모습이다.
추위....
그까짓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듯 보였다.

길 위의 애기동백꽃도

제 멋대로 자연스럽게 꽃이 피었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에 발길을 멈춰본다.

까치와 직박구리의  겨울 먹거리  산수유 열매가

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들판을 지키고 있었다.

 

새들의 먹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웠다.

텃밭에는 지금  민들레꽃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다.
이른 봄날의 날씨를 착각한듯 했다.

꽃봉오리가 많이 맺힌  민들레는 쉼없이 피고 있었다.

 

붉은 찔레꽃은 동백꽃  처럼 예쁘게 피고 있다.

조금 피다가 말겠지 했더니

봄날 보다 더 예쁘고 화사하게  핀다는 것이 우습다.
추워지는  겨울이 아니라, 따뜻해지는 봄날이라고
심한 착각속에서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붉은 찔레꽃 주변의 벌들도 추위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예쁜 꽃이 있는 곳에는 벌이 날아든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꽃과 벌들이 모두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오늘이 11월30일이니까

 

5월쯤에 익어가는 뽕나무의 오디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진짜 이래도 되는 것인지?
늦가을 11월 30일인데

뽕나무 잎은 푸르고, 오디열매는 익어가고 있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한다.

미쳤구먼......

 

내일이 12월 1일인데

분꽃이 너무 예쁘게 피고 있다.
진짜 위풍당당하게...

사진은 요런 모습이지만, 실제는 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여름날에 피는  칸나꽃도 

추운 겨울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전혀 움츠려들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다.

 

아스팔트위에 그려진 늦가을 단풍
이것이 진짜 요즘  풍경인데...
계절을 모르는 꽃들 때문에  자꾸 헷갈리는 세상이다.

아파트 현관 앞의 단풍나무는
푸르름 바탕 위에 그려진  예쁜 수채화 같았다.

아파트 소공원의  정자 옆에는
노란 은행잎과 푸르름의 은행잎이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쪽은  만추, 저쪽은 10월쯤 풍경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를일이다.

 

만추의 끝자락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하고 허전했다.
어쩌다가 한번쯤은 눈이 내려줘도 좋으련만
이곳 겨울날의  풍경은 하얀눈이 내린 설경이 아니라
동백꽃이 점점 화사해지는 예쁜 겨울이라는 것이  유감스럽기만 하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 것이 자연이 전해주는 법칙이건만...

그 불평불만은  겨울이 다가도록, 입속에서 중얼거리는 넋두리였으나
그러면서도 동백꽃 앞에 서면  

예쁘다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나는 어느 편인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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