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계절을 잊은, 가을에 피는 꽃

nami2 2022. 10. 21. 21:55

오후 4시쯤  걷기운동을 나가게  되면, 옷속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제법  가을날의  싸늘함을 느끼게 했다.

어느새 10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가을인데
아직은 단풍 꼬라지도 보이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의 가을은....
봄인지, 여름인지, 계절을 잊은 꽃들이 여전히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한참  제 철을 과시하며  향기를 내뿜는  가을 국화꽃  주변에서  더부살이 하듯 
꽃을 피워야  하는, 계절을  잊은  꽃들을  바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어이없게도  외면을 못한채
반가운척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게  되는 내가 오히려 우습기만 했다.
코로나 세상이었던  요지경속의 세상으로 인해 

꽃들도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것은 아닌가 하면서도
꽃이니까  예쁘게  봐줘야 한다는 것을  법칙으로  나의 사진첩에 또다시 올리게 되었다.

이른 아침  텃밭으로 가는 날씨는 꽤 싸늘해서 몸을 움츠려야 했는데

들길에서 처음  만난 코스모스꽃이 오늘따라  참 멋스럽게 보여졌다.

코발트빛 하늘가에서

조금은 추워보이는 코스모스꽃이  왜 그렇게 예뻐 보였던지?

 

하늘 색깔을 닮은 텃밭의 '치커리'꽃도 오늘따라 참 예뻐 보였다.

꽃이 피는 계절을 잊은듯한  치커리꽃은 그냥 반갑기만 했다.

나 역시 계절 감각을 잠시 잊은채, 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텃밭 한켠에  쑥부쟁이꽃은

여름에  버려지는  줄기를 꺾꽃이를 했더니, 뿌리를 내린후 뒤늦게 꽃을 피웠다.  
한아름의 보라빛 꽃이 텃밭을  예쁘게 만들어주어서 고맙기만 했다.

 

텃밭 주변에 심어놓은 국화꽃이 제법 예쁘게 피기 시작했다.

꽃집의 화분속에 담긴 국화꽃이 아니기에

국화 향기도 짙었고, 꽃도 더욱 예뻐 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만나게 된  국화꽃이라서  반가움때문인지
그다지  탐스럽지  않아도

메마른 땅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것만으로도  감동스럽기만 했다.

텃밭 주변에는  서서히 가을 국화꽃이 제법 모습을 보여줬다.

꽃집의 화분에서 키워진 꽃이 아닌

스스로  자생을 한 꽃이라서인지, 아까울 만큼 예뻤다.

 

                     개모밀덩굴꽃

개모밀덩굴은  양지바른 바닷가에서 자생하며

개모밀, 또는 개모밀덩굴이라고 하나, 정식 명칭은 '메밀여뀌'라고 하는데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인도, 희말라야 동부에 살고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고구마를 캔 넝쿨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고구마꽃은  추워지는 이 가을을 떠나기 싫은 것 처럼 보여졌다.
사그러지기 싫은 몸부림 같아서  애처롭기 까지 했다.

 

넝쿨이 모두 말라 비틀어진 틈새에서 고구마꽃을 발견했다.

이렇게 예쁜 꽃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고구마를 캐야 했던 ,추워지는  가을 날씨를 탓해야 할 것 같았다.

 

돼지감자(뚱딴지꽃)꽃도 하나 둘  들판에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울퉁불퉁 돼지감자에 비해서  꽃은 참 예뻤다.

돼지감자꽃을 예전에는 뚱딴지 꽃이라고 불렀다.

 

봄날에 하얗게 피던 찔레꽃  넝쿨속에서

빨간 열매가  다닥 다닥....가을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분꽃의 소속은  분명  여름꽃이었다.

그런데, 춥거나 말거나 지칠줄 모르게 꽃을 피우는 모습...

그래도 예뻐해야하는 것이 원칙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계를 닮은 시계꽃은   작약이 피는 6월에 피는 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염치를 모르게 가을꽃속에 합류를 했는데

신기함과 반가움에  사진 부터 찍어봤다.

원예용 수입꽃이지만, 그다지 흔한 꽃이 아니라서  예쁘기만 했다.

 

여름꽃인 '박주가리'꽃도  가을이라는 계절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무더운 여름 보다는

선선한 가을날이 꽃 피우기에 적합함을 박주가리가  느꼈나보다.

언제봐도 개성있게 예쁜  박주가리꽃은 

계절과 상관없이 아무때라도 피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전봇대를 휘감아 도는 모습에 발길이 멈춰졌고

그리고 늘 이 길을 지날때마다 꽃송이를 세워보았다.

그만큼  여름 야생화 중에서는  참 좋아 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요즘 거의 사그러드는 배초향(방아)꽃이  시골 동네길을 참  화사하게 했다.

보랏빛 색깔이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짙어진다는 것

짙은 보라빛 꽃이  신비스러울 만큼 예뻐 보였다.

 

텃밭  무우 밭에서 벼메뚜기가 놀고 있었다.

이슬방울로 목을 축이려고 날아왔는지?

무우 밭과 배추 밭에서 제법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냥 반갑다는 표현 밖에는 할말을 잊게하는 벼메뚜기이다.

혹여 놀러나온  벼메뚜기가  다칠세라

밭에 물을 주면서 살금 살금, 조심 조심....

순간, 어린 시절의  넓은  가을들판에서 날아다니던 메뚜기가 그리워졌다.

 

가을이  정말  황금 들판으로 인해서 멋져가고 있었지만
추수가 한참인  어느날에는  순간적으로 빈 들판이 될 것을 생각하니
감동스러움 보다는 쓸쓸함이 앞서간다.
수확을 앞둔 가을들판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생각해보면서도

곧 텅 빈 들판에 휘몰아치는 바람을 생각해보면

괜한 외로움이 가슴을  헤집어 놓을 것만 같아서  벌써 부터  몸을 움츠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