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범어사 산내암자 금강암에서

nami2 2022. 11. 22. 22:01

혼자서라도  낙엽이 푹푹 쌓인   숲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은  

하루 이틀 생각해 낸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가고싶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진 것은
만추가 끝나기전에, 눈이  내리기 전이라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집 주변은 해안가였기에 해풍의 훼방으로  6년째  눈이 내리지 않지만
금정산의 변덕스런 날씨는

도심에 비가 내리면  싸락눈이라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곧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혼자 걷는 산길은 그런대로  분위기가 있었고

지루하지 않았었기에
금정산  산 중턱에 위치한  범어사 산내암자 금강암을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낙엽쌓인 숲길에서 만난 쑥부쟁이꽃은 날씨가 추우니까

보랏빛에서 예쁜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금강암으로 가는 길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산길에는

어느새  낙엽이 되어 떨어진 모습이, 더 분위기스러웠던 것 같았다.

범어사  후문쪽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향해 가다보면
범어사 산내암자 대성암을 지나쳐서   돌바다(암괴류) 계곡길을  따라  

계속 올라 가다보면 '금강암'이라는  표지석이 나온다.

금강암으로 들어가는 길의 낙엽은
바위와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길이었지만

낙엽을 밟으면서 걸어가는 재미도 괜찮았다.

낙엽 쌓인 길에서  도토리를 까먹는  다람쥐도 만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맑은 소리도  들려오니까

혼자 걷는 길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다.

한글로 커다랗게 쓴  금강암 현판 앞에서  

계단을 오르기 전에 두손모아 삼배를 해본다.

금강암의 특이한 것은 현판도,  좋은 글귀가 씌여진 주련도

모두 한글이라는 것이었다.

 

금강암의 늦가을 정취는 당연히  붉은 감이다.
단풍보다 더 멋진 감들이 감탄을 하게 했다.

금강암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감이 익은 풍경은
수채화를 그리고 싶을 만큼 예뻐보였다.

숲속은 적막했지만 꽤 아름다웠다.

서어나무와  단풍들이 무아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 같았다. 

 

금강암 주변은

감이 있어서 더욱 멋진  만추의 풍경을 만든 듯 했다.

 

금강암 중심법당은

한글 편액이 커다랗게  씌여진  '대자비전'이다.

이곳 저곳과  요사채 마루 기둥 까지  한글로 씌여진 주련에

부처님의 좋은 말씀들은 읽어볼 만 했다.

 

요사채  '자혜전 '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럴수록 더 들어가 보고싶은  충동을  억제해야 했다.

자혜전 담장 안의 애기동백꽃이

요사채의 고즈넉함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삼성각 앞의  단풍

역사의 흐름속에서  창건연도를  정확하게 알 수없는
범어사 산내암자 금강암은
1803년(순조3년)에   범어사 산내암자 대성암과 함께
취규대사에 의해  중창되었다고 한다.

범어사 산내암자 원효암으로 가는 길은
이 다리를 건너서  깊숙한  산속으로 

1시간 넘게 가야했기에  이번에도 생략을 해야 했다.

다리를 건너는 스님 뒤를 따라가볼까 하다가

돌아 올때  혼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기위해서는

이  돌바다(암괴류)길을 따라서  계속 올라 가다보면
금강암에도 들렸다가 갈 수 있는데, 돌바다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정겹고

물도 너무 맑아서,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고 싶을 충동을느끼게 한다.

 

범어사의 돌바다 (암괴류)는

돌바다(암괴류)의 폭이 70m정도 되고, 산사면 방향으로 길이 2,500m

족히 넘어 보이는 바위들이 많이 쌓여 이루워진 것이다.

돌바다 (암괴류)는 주로 바위가  물리적, 화학적 작용에 의해 절리(갈라진 틈)을 

따라 물이 스며들면서, 얼고 녹고 하는 과정을 통하여 깨어지고

오랜시간에 걸쳐 중력에 의해 주저앉으면서 만들어진다.

돌바다 (암괴류) 밑으로 물이 흘러 근처에 있는 '대성암 각해선림' 구들장 아래로  

숨어 줄줄 흐르는 물소리를  선의경지에서 물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금정8경 대성은수(大聖隱水)라  부른다고 한다.

 

범어사 담장너머로 보여지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580년 된  노거수이다.
이곳 저곳 암자를 돌아 다니다가  늦으막한 시간에

산에서 내려오니까  만추의 은행나무는  

고즈넉한 경내를  분위기 스럽게 지키고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