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시골마을의 그윽한 국화향기

nami2 2022. 11. 6. 21:50

따뜻하기만 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그래서 가을이 길고 겨울이 짧은

동해남부 해안가에도  때아닌 겨울이 찾아온듯 했다.
입동이  코앞이라서 추운 것인지?
추울 것이라는 예보를 무시했던 탓인지?

알바하러  갔었던  주말 첫날에는
정말  '으악' 소리 날 만큼  해안가는 추웠다.

옷차림 때문인지

하루종일 한기가 들고, 덜덜 떨리고, 그러다보니 배가 많이 아팠다.

예전에는 추위에  많이 강했는데, 또다시 나이 탓을 해본다. 

 

이곳의 나무들은 이제서 곱게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국화향기가  제법 가을날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만추인데...
어처구니  없을 만큼  황당한 기온은  겨울을 향해  줄달음 치는 것 같았다.

아침 기온은  5도, 낮 최고 기온은  12도
늦은 오후의 기온은  또다시  5도...

이 정도의  기온에  무슨 엄살이냐고 하겠지만,추위에 적응 못하는
이곳 사람들은  엄동설한을 만난듯, 움츠리는 모습들이  장난은 아니었다. 
그래도 추위에  아랑곳 하지않고  제법 성숙한 모습으로  
향기를 내뿜는  국화꽃들이  눈에 띄기에,  마을버스에서 내린후
춥거나 말거나 시골마을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면서  국화꽃들을 수집했다.
국화 전시회장이 아닌 시골 텃밭,골목어귀,뜰앞,  뒷곁...
국화꽃들은 장소와 상관없이 정말 예쁘게 절정으로  피고 있었다.

국화는  일찍 부터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고고한 기품과절개를 지키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국화는 서리를 맞아도 절대로 시들지 않는다는 것이

요즘 처럼 추운 날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에  흠뻑 마음을 빼앗겨 본다.

 

계란 후라이를 닮은 꽃이라고 하는

개망초를 닮은 국화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울타리로 만들어 놓은  어느집 철책 앞에서  쭈삣거리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국화 향기를  즐겨보았다.

그런 시간들이 그냥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에  추위도 잊었다.

 

누군가 가꿔놓은 국화가 쉽게 꽃이 피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은  

봄 부터 텃밭에서 국화를 키워봤기 때문이다.
애써 가꾼 우리집 텃밭의 국화는 끝이 좋지 않았다.

가을에 몇번씩 휩쓴 태풍 덕에 

우리집 텃밭의 국화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꽃이 피고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 라는 시가 생각났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 부터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가를....

 

초가을에 꽃이 피는 보라빛  배초향꽃은

이미 사그러들어서 쭉정이만 남겨졌는데 , 국화꽃은  절정인듯 했다.

유난스레 노란 색깔의 국화꽃 앞에서 또다시 향기를 맡아본다.

그윽한 향기에  국화차가 또 생각났다. 

어느집 텃밭의 잘가꿔 놓은 '감국'이 부럽기만 했다.

국화차를 만들기 위해 심어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국화차는  찬서리를 맞아야 약성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무서리가 내리거나 찬서리가 열흘 이하로  내리는지역에서의 

국화는 약으로 사용하기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서리가 한번 정도 밖에 내리지 않는 이곳은 

맛으로 즐기는 국화차에 해당되는 것 같다.

 

길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생하는 국화는

돌보는이가 없었어도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봄날의 황매화를 닮은 황금색 국화

시골동네  들판에도 그렇고  텃밭을 하는 사람들은

채소를 가꾸듯, 한켠에 국화꽃을 키우는 것이 취미인듯 했다.

이제 피기 시작하는 노란 국화는  11월이 끝나도록 꽃이 필 것 같았다.

  

산비탈  경사지에서 만난 '산국'이다.

제멋대로 자생하는 산 자락의 국화꽃을 예전에는 들국화라고 했었다. 

 

산국은  산과들에서 자라며, 줄기는 1~1,5cm이고

윗쪽에서 가지를 많이 치며, 10~11월에 꽃이 핀다.

 

어느집 마당가에 심겨진 국화꽃이

예쁜 모습으로 가을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배추밭 한켠에서 자리잡은 국화꽃의 색깔이 특이했다.

무언가 개성있는 색깔이라서 눈여겨봤다.

 

과꽃을 닮은 국화꽃이,  참 색깔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국화는 다년생 숙근초로서 겨울이면 말라죽지만 뿌리로 월동한다.

꽃이 사그러드는 겨울을  아쉬워  해보지만

이른 봄에  어린쑥이 나오듯이, 국화의 새싹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색깔이 매혹적인 국화꽃이라고 생각 되었다.

두상화는

꽃대에 많은 꽃이 뭉쳐서 사람  머리 모양으로 피는 꽃을 말한다.

가지 끝에서 꽃이 피는데 , 완전한  한뭉치의  국화꽃이다.

 

시골 동네  어느집  사립문  앞의 국화꽃이다.
그 옆에 어르신들이  밀고 다니시는  유모차 같은 것이 보였다.
국화를  예쁘게 키우시는 분은  80세가 훨씬 넘으신 어르신이었다.

사계절 내내 꽃이 있는  작은 마당 앞을 가끔씩 들여보는 습관이 생겼다.

추운 겨울에는  예쁜 애기동백꽃이 피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텃밭 한켠 있는 국화꽃 무더기는 거의 시들고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꿀벌들은 바쁜 것 같았다.
어찌나 윙윙거리는지?

어촌마을의  어느집   들창문 앞에  키워지고 있는 국화꽃이  진한 감동을 주었다.
마당이 없는 좁은 곳에서, 봄 부터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오고 갔었는가를 생각하니  너무 귀한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개의 국화 화분은 모두 탐스럽게 꽃이 피고 있었지만

사진이 찍히지 않은 곳에도  즐비하게 늘어선 화분속의 국화들도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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