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풍경이 아름다운 늦가을날에

nami2 2022. 11. 13. 21:56

하루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던 주말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봤지만  끝내 내리지 않았던 비소식이었다.
단둘이 했던 약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한 허탈감은 상실감 까지 가져다 주었다.

양파 모종을 심어놓고,  물 퍼다주는 것이 힘들어서  

애타게 기다려봤던  가을비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깜깜한 창밖을 바라보며, 비로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늦게나마 약속을 지킨 가을비에게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튿날 아침  알바를 가면서  눈에 보여지는 풍경들은
지난 밤의 비바람으로 떨어져내린 낙엽들로 인해서  

스산한 늦가을 풍경들을  을씨년럽게 만들어 놓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좀 더 머물러 있을 단풍들인데
모두 땅위로 떨어져 내려서 뒹군다는 것이 

또하나의 쓸쓸함이 되어, 진한 서글픔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아직도 초가을 느낌 같은,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어설픈 단풍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빗물에 의해  하룻만에  노랗게 물을 들여놓은 은행잎을 보면서
찬비에 시달렸던 지난밤의 초췌함이  참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집 주변에서 만난 은행잎은 이것이 최고로 예쁜 모습이라고 해도
아직은 어설픈 단풍이지만

그래도 만추의 대열에 끼어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반가웠다.

대체적으로 이곳의 은행잎들은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절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 정도의 단풍에도 감사해야 했다.

 

공원길 산책에서 보여지는  늦가을의 저녁 풍경이다.

도심 주변에 비해서 산밑이라는 이유로

제법 만추의 풍경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지방의 단풍을 생각하면

그다지 곱지 않은... 어설픈 모습에도 모두들 즐거워 한다.

 

어느집 앞의 국화꽃은  작은 마당 전체가 이런 색깔의 국화꽃이다.

연세가 꽤 많아보이는 어르신의 국화사랑인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이 길을 지날때면, 한참동안 멈춰서게 된다.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이다.

산 밑의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온통 국화향기였다.

점점 사그러들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감탄을 할 만큼 예뻤다.

 

국화꽃 향기가  그윽하기만 했던 늦가을날

노란 소국들의 향기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까지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의 그리움이 담긴 대국(大菊)이 피기 시작했다.

유난히 국화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는

정성을 들여 키워낸 국화들을 , 집안 가득  국화향기 넘쳐나게 했다.

늦가을이면  집안 곳곳에 여러가지 색깔의 대국들이 피어 있었음이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이 되어, 먼 옛날의 이야기로 남겨졌다.

 

소국보다

또다른 매력의 대국을 보면 괜한 설레임이 있다.

이렇게 예쁜 국화꽃도 있었다.

보드라운 융단 같은  국화꽃 앞에서
혼자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다.

늦가을날의 아침 풍경이다.

알바를 하러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지만, 웬지 쓸쓸한 풍경이었다.

약간은 스산하고, 약간은 춥다는  느낌이 드는

그러면서도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하는 바쁜  발걸음을 따라

산국의 짙은 향기가 뒤쫒아오는듯 했다.  

 

이른 봄날에 꽃이 피는 '방가지똥'을

늦가을의 해안가 마을 어귀에서 만났다.

해풍이  차겁게 불어오는

11월 13일  오전10시의 나팔꽃은 예쁘고 싱그러워 보였다.

넝쿨 장미꽃의 아름다움에 늦가을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해안가 어촌마을이었기에  더욱 색깔도 곱고 모양도 예쁜 이유는

모두 해풍덕택이라는 것을 강조해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알바 하는집 정원의 국화꽃이 예뻐서
10일 전에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10일 지난  오늘

차거운 해풍이 불어와서 몸이 움츠려들 만큼 추운날이건만

국화꽃은 이런 모습으로  더욱 예뻐지고 있었다.

사그러들 쯤에,  화사하게 색깔이 변하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예쁘게 마무리 하는 모습이 경건하게 보여졌다.

 

산 밑에 있는 공원길에 가봤더니....

도심공원에는 메타쉐콰이어가 아직도 푸른빛이건만

산밑과 도심과의 기온차이는 

오뉴월 하루빛과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메타쉐콰이어를 보면서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가고있는 느낌을 받게되었다.

메타쉐콰이어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서 나목이 되면

겨울이 온다는 자연의 습성을 올해도 또한번 배우게 된다.

 

길기만 했던 가을날에  참으로 어렵게 단풍이 물들었는데
짧은 겨울을 재촉하는 단비가 단풍을 모두 떨구고 있었다.

동해남부 해안가는  봄이 길고 여름은 짧고, 또 가을이 길면서 겨울이 짧다.

 

지붕밑으로 주렁주렁, 이런 모습도 처음 보았다.
담쟁이 넝쿨은  늦가을날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듯...
장소를 막론하고, 늘 예쁜 모습으로 사람들이 시선속에 사는 것 같았다.  

늦가을의 마스코트였기에, 단편소설에도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헨리의  소설, 마지막잎새의 담쟁이 넝쿨은 

세월이 흘러가도 여전히 늦가을의 마지막 잎새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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