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변덕이 심해서 계절의 변화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전형적인 것인지
가늠이 안되는, 여름 끝자락의 세상은 한없이 을씨년스럽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가을철 김장채소를 심기 위한 텃밭의 바쁜 철에 날씨가 선선해주니까 고마운 것도 있지만
이러다가 그냥 겨울을 향해 가고 있는 이상적인 기후가 될까봐 괜한 생각에 웃어보기도 했다.
오랫만에 경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늘 가고싶어 했던 사찰 '분황사'에 들렸다.
옛날 학창시절에 부르던 음악책의 노랫말속에
분황사의 옛 터전 맘에 울릴제, 까마귀는 까악 까악 울고 갑니다. " 라는 것이 늘 신경 씌여서인지
그동안 분황사 참배 하는 것을 참 좋아 했었는데
4년전 어느날 부터
분황사에 가는 길이 막혀버리면서 한동안 가지 못했다가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옛날 옛적 신라가 한참 번창하던 시기에는
황룡사와 분황사가 담장을 같이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400년이 지난 지금에는 황룡사는 온데 간데 없고, 노랑 코스모스만 예쁘게 피고 있었다.
절 터의 흔적을 찾아 보려고 들판을 걸어보았지만 잡초만 가득할뿐
그냥 멋없이 서있는 간판만이 ' 경주 황룡사지' 였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10여년 전만해도 이곳이 분황사로 들어가는 정문이었다.
웬지 고풍스러우면서도 분황사와 잘 어울릴듯한 괜찮은 입구였는데....
분황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 말사이다.
6~7년 전 부터는 분황사의 정문은 이렇게 멋없이 바뀌었다.
세월의 흐름이라고 하겠지만, 고풍스러움이 자꾸만 바뀌어 가는 모습에서
이제는 그만 가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 같은...
나혼자만의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뒤돌아보게 한다.
분황사 보광전
경상북도 경주시 분황로 94-11 (구황동 312)
분황사는 신라 선덕여왕 3년(634)에 건립 되었으며
신라 시대의 위대한 고승 원효대사와 자장율사께서 거쳐간 절이다.
643년 자장율사께서
당나라에서 대장경의 일부와 불전을 장식할 물건들을 가지고 귀국하자
선덕여왕은 자장스님을 분황사에 머무르게 하였다.
또한 원효대사께서도 이곳 분황사에 머물면서
'화엄경소, 금강명경소'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고 한다.
또 원효가 죽은뒤 그의 아들 설총은
원효의 유해로 소상을 만들어서 분황사에 모셔두고 죽을 때 까지 공경하였다.
고려시대 후기에
일연이 삼국유사를 저술 할 때 까지는 원효의 소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분황사 보광전 약사여래입상
분황사 후원 뒷뜰의 요사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라서
반갑다는 생각과 함께 주변을 한참동안 서성거려 봤다.
분황사 석정 (문화재 자료 제 9호)
이 석정은 분황사에 남아 있는 신라시대의 우물로
' 나라를 지키는 용이 물고기로 변한 우물'이라고 해서 "호국용 변어정" 으로도 불린다.
오랜 세월 지내오면서 남겨진 유물 같은, 분황사의 흔적들이다.
모전석탑(국보30호)은
안산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높이 9,3m의 탑이다.
분황사 창건 당시 만들어진 석탑이 임진왜란 때 반쯤 파괴 되어서
조선시대에 이 절의 스님이 파괴된 탑을 수리 하려다가
도리어 파손 시켜서 1915년에 다시 수리를 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3층으로 되어 있으나 원래는 7층 혹은 9층이 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해진다.
모전석탑 기단 위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동물 한마리씩을 네 모퉁이에 배치 하였는데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곳으로는 암사자, 내륙으로 향한 곳에는 숫사자가 있다.
모전 석탑은 벽돌탑을 모방한 석탑, 돌을 벽돌모양으로 가공하여 쌓거나
모서리 기둥은 생략하고 지붕돌의 윗면을 계단식으로 만든 탑이라고 한다.
분황사 당간지주
드넓은 들판에 분황사 당간지주라는 팻말 마져도 휑한 느낌이 들었다.
코스모스가 활짝 핀 가을 들판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것인지, 은근히 기대해본다.
경주 황룡사지는 사적 제6호이다.
삼국시대에 가장 큰 절로 대표적 왕실 사찰이었다고 하며
신라 3보인 장륙존상과 9층 목탑이 있던 곳으로 유명했었다고 하는데
눈부실 만큼의 찬란했던 옛 모습은 간데 없다는 것이 그냥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없이 많은 코스모스 덕분에 멋진 가을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좋았기에
황룡사지 들판 앞에 서서
아주 오랜 옛날의 은은하게 들려오는 황룡사 종소리를 마음속으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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