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잦은 초가을날은
생각보다 훨씬 날씨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거센 바람이 불면서 날씨는 흐렸다가 맑음, 그리고 또 흐림이 계속 되지만
그런 날씨에 가끔은 부슬부슬 비라도 내려준다면
가을 채소가 자라고 있는 텃밭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줄텐데...
야속하게 비는 내리지 않은채, 날아갈 것만 같은 바람만 거셀뿐이다.
동해 남부 해안가에는
불한당 같은 11호 태풍 힌남로가 할키고 간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12, 13 , 14호 태풍으로 이어진다는 소식의 가을날은
아무래도 또한번 큰 곤혹을 치루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기만 하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대로
자연의 못된 놀이마당에서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초가을이라는 괜찮은 계절을
태풍 때문에 덧없이 보낸다는 것이 마냥 아쉽기만 해도
그래도 계절에 순응하듯 예쁜 얼굴을 내민 '꽃무릇'이 있어서 마음은 편안함이다.
장안사 담장가에 핀 꽃무릇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돌담과 어우러진 붉은 꽃무릇이 멋졌다.
추석 명절 전 후로 바쁜 일이 많아서 절집에 가는 것도 잊고 있다가
때마침, 떠난이들의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지장재일'이라서 장안사에 갔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꽃무릇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겨주는듯 했다.
대나무 담장가의 꽃무릇
꽃 피울 준비중인 꽃무릇의 꽃봉오리도
푸른 대나무 잎사귀와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꽃꽂이가 된 듯 했다.
수까치깨
잘 찍어보려고 노력했더니 노력한 결과는 더 엉망이 된듯한 사진이다.
그냥 스치듯 봐줬으면 하는.... 바램에 웃어본다.
화사함의 극치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안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불광산 자락의 풍경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불광산 장안사는
통일신라 문무왕13년(67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 범어사 말사이다.
장안사 대웅전(보물제1771호)
대웅전 뜰 앞의 꽃무릇
천왕문에서 바라본 장안사 대웅전
붉은 배롱나무꽃이 있어서 더욱 고즈넉하게 보여지는 요사채
개울가에 누운듯, 꽃을 피우고 있는 '왕고들빼기'꽃이다.
장안사 주차장 주변에서 눈을 크게 뜨고, 야생화 보물찾기를 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보물을 찾아냈다.
여우팥
벌개미취
이질풀꽃
이삭여뀌
여름이 가기전에 '이삭여뀌'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이상하게 올 여름은 암자 산행 조차도 하기 싫을 만큼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삭여뀌를 못만날 것이라고 생각했더니, 장안사 주차장 주변에서 만나게 되었다.
또하나의 늦여름 야생화인 '물봉선'은 장안사 개울가에서 만나긴 했어도
물가로 내려갈 수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음이 아쉬웠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사찰 풍경 앞에는 화사한 꽃무릇이 있어서인지
그냥 한 폭의 그림을 그려본 느낌이었다.
절집이나 암자 주변,그리고 산골동네 가는 곳마다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초가을의 고즈넉한 풍경들은...
꽃무릇이 있었기에 덜 쓸쓸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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