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여름꽃

nami2 2022. 7. 5. 21:25

7월이 들어서면서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 6시쯤에 잠이 덜깬 상태로 텃밭에 나가면 

바람 한 점 없는 들판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의 고통스런 하루가 시작된다.

그래도 늘  변함없는 일상이기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풀뽑는 일을 우선 순위로 하고나면

오전 9시쯤에는 기진맥진...흐르는 땀으로 인해서 기력이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야채가 자라는 만큼의 두배 속도로 자라고 있는 풀과의 전쟁은 

여지껏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낫으로 풀베는 작업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일부러 시키는 일이라면, 항의를 하면서  더운 여름에   그런 일은 절대로 못한다고  화를 내겠지만

모든 것이 내가 자초한 일이라서  끽 소리도 못한채,  아침 부터   기력을 소진하고나면

하루종일 방콕을 하며 뒹굴 거리다가 , 늦은 오후에 걷기운동을 나가게 되는 것이 여름날의 하루 일과가 된 듯 했다.

날씨는 저녁 6시쯤에도 여전히 더웠다.

그래도 걷기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 어정쩡함으로  주변 시골마을을 한바퀴 돌아본다.

다행인 것은 이곳 저곳의  마을 한바퀴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보여지는 꽃이라는 존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어정쩡한 발걸음도 가볍게 해준다는 것이, 운동의 효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느집 담모퉁이를 지나는데   수국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여러가지 수국의 꽃 색깔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색깔이 유혹을 하기에  눈인사를 해봤다.

 

이렇게  주택의  멋진 뜰앞을  바라보게 되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가끔은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주택에 살고 있다면, 마당가를 참 예쁘게 만들어 놓을텐데...

나의 능력에 한계가 있기에 , 늘 산책길에서 대리만족을 해본다.

 

늦은 오후에, 시골동네의 어느집 앞에서  화사하게 꽃이 핀 배롱나무를 만났다.

그런데 꽃 색깔이 분홍색이니까

날씨가 맑고 푸른 하늘이 보여지는 한낮이라면  분홍색꽃도 예쁘게 돋보였을텐데... 아쉽기만 했다.

 

석양빛이 아직 남아 있는 도로가에서는 분홍색깔의 배롱나무꽃도 예뻐 보였다.

 

어느 주택가의  담 모퉁이에 핀 배롱나무꽃

 

어느집 담장 옆에 핀 참나리꽃이 예쁘다기 보다는 멋져보였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온통 참나리꽃이다.

 

키가 큰 참나리꽃을 바람이 쓰러지게 했다.

그런데 기우뚱 쓰러진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예뻤다.

 

어느집 텃밭의 플라스틱 물통이 작은 연못으로 변신 되어 있었다.

물속에는 개구리밥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연꽃이 꽃봉오리를 만들었고....

텃밭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따라쟁이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연못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듯 했다.

밭주인의 예쁜 지혜로움에 감동스러웠던 저녁 산책길이었다.

연꽃이 활짝 피면, 또 한번 그 길을 지나가봐야 할 것 같았다.

 

텃밭가에 봉숭아꽃이

무더위가 기승을 떠는 여름임을 알려주는듯 했다.

 

거의 사그러드는...  늦봄에 피기 시작한  '초롱꽃'은 무더위가 싫다는 기색이다.

 

톱풀꽃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은  어느집 텃밭 한켠에 심겨진 것을 보고 알았다.

산책을 하면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재미도 즐거움이 되어준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연꽃을 플라스틱 물통에 심어놓은  어느집 텃밭 한켠에는 아주 멋진  '글라디올라스' 꽃이 피고 있었다.

우리나라 토종꽃은 아니지만

어린시절에  아버지께서  집 마당가에 색깔별로 심어놓았던   글라디올라스꽃이 생각나서

불현듯 그리움이  되살아나는듯 했다.

꽃을 좋아했던 아버지께서는 집 마당가 한켠에 온실을 지어 놓을 정도로 꽃 사랑이 크셨던 분인데

글라디올라스 꽃은  어린 시절의 여름날을 참 예쁘게 장식했던 것으로 기억을 더듬어본다.

 

글라디올라스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이며

꽃은 품종에 따라 빨강, 하얀, 노랑, 자주, 오렌지색 ...등 여러 색깔로 꽃이 핀다.

꽃말은 밀회, 조심이라고 한다.

 

 하얀 색깔의 접시꽃이  올해도 역시 허름한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해바라기꽃

 

들판 길에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개망초'꽃이 

한아름 꽃다발 처럼  하얗게 피어 있다는 것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계란 후라이를 해놓은 것 같다하여, 사람들은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촌스런 꽃, 개망초꽃, 계란꽃... 그런데 이 꽃을 엄청 좋아하는  나역시도 촌스러운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허무러진 빈집 담장가에, 올해도 여전히 도라지꽃은 예쁘게 피고 있었다.

여러해살이 도라지는 

아무도 없는 빈집 담장 옆에서 언제 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는 모르나 빈집 지킴이가 된듯 했다.

도라지꽃이 피는 것을 알면, 동네사람들이라도  도라지 뿌리를 캐 갈텐데...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라지꽃이 핀 것을 보고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사진을 찍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