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비 내리는 날의 산책길에서

nami2 2022. 7. 11. 21:26

우산쓰고 얼마든지 걸어도  비바람에게 방해 받지 않을 만큼의  걷기 좋은 날이었다.

보슬 보슬.... 바람 한 점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겨우  우산을 젖게 하는....

하루종일 내리는 비의 양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동안  물이 부족한 식물들에게는

이  정도의 빗방울도 감지덕지 한 것 같은 모습들을 보면서 들길을 한바퀴 해봤다. 

 

늘씬하고 멋스럽게  커버린 옥수수 잎사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들을만 했다.

옥수수 꽃대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옥수수  수염이 점점  새까맣게 되어가는 모습은

옥수수가 익어간다는 뜻인 것 처럼, 옆을 지나가니 구수한 냄새가  코 끝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좋았다.

여름이 절정기인,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풍경에, 비오는 날이  어우러지니까 더 멋있게 보여지는 옥수수 숲이었다.

 

우산을 쓰고서라도  꽃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 내리는 날에 '석잠풀'꽃이  참 싱그러워 보였다.

 

주로 잔디밭에서 꽃이 피는  '타래난초'를 찾기위해,  비 내리는 날에 보물찾기를 해봤다.

언뜻 보면 스쳐 지나갈 것 같은 갸냘픈  '타래난초'가  잔디밭에서 하나 둘, 눈에 띄였다.

 

                              타래난초

 

타래난초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 길가 초원이나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은 타래모양으로 꼬이면서 꽃 차례가 길게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습성이 까다로워서 재배가 어려운 식물이라고 한다.

타래난초의 꽃말은 '추억,  소녀' 이다.

 

해안가에 '계요등' 꽃이 제법  넝쿨지어서 번져 가고 있었다.

 

계요등꽃은 꼭두서니과의 낙엽활엽덩굴 식물이다.

전국 각지의 산기슭과 바닷가 풀밭에 자생하는데

식물에서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여 '계요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계요등 꽃말은 '지혜'이다.

 

해안가 갯바위에 핀 '참나리'꽃

 

날씨가 맑았다면  제법 예쁘게 보여졌을 '배롱나무'꽃이다.

 

이곳 저곳 숲그늘 밑에서  보라빛 '맥문동' 꽃이  눈에 띄기 시작 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는  맥문동 꽃은 점점 절정에 다다를 것 같다.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갔더니  한낮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분꽃을 만나게 되었다.

분꽃을 보려면,  늦은 오후에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분꽃 향기는  언제 맡아봐도   그리운  어린시절의 엄마 냄새이다.

되돌아 봤지만, 다시 올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분꽃 향기에서  아스라히 멀어져가는  기억 저편을  더듬어 본다.

 

분꽃의 꽃말은 '수줍음, 소심, 겁장이'이다.

 

해안가 데크 길 위에 핀  하얀 '개망초' 꽃이  그냥 예뻐 보였다.

 

하늘과 바다가 모두 같은 우중충함....

비 내리는 날의 바다 풍경을 그럴듯 하게  장식해 놓은 것은   '왕원추리'꽃의 작품인듯 했다.

 

차분하게  비 내리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분위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산을 쓰고서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비가 얼마나 적게 내리고 있는 것인지  가늠해보지만

이런 날은  시간에 구속받지 않은채, 그냥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날이다.

아파트 후문을 빠져나와서  바라보는 들판은  늘 텃밭으로 오고 가는 길인데....

적은 양이나마 하루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려줘서 오늘은 텃밭도 쉬는 날이다.

물을 퍼다줄 일도 없고, 비가 오니까 풀 뽑을 일도 없고, 생기를 되찾은 식물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