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또다시 초여름으로 가고 있었다.
언제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없고, 햇볕은 쨍쨍이라서 자나깨나 텃밭 작물 걱정뿐인 시간들인데....
비소식은 없어도 꽃들은 자꾸만 피고지고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꽃으로 싱숭생숭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런저런 일로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는 요즘에
겨우 시간을 내어서 어쩌다가 산책을 하다보니, 커다란 꽃 한송이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모란이었다.
봄날이 시작되면서 이제껏 핀 꽃들 중에서, 가장 큰 꽃송이가 어느집 담장 옆에서 아는체를 한다.
모란은 5~6월에 피는 작약과의 낙엽관목으로, 크고 화려한 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4월 중순이 되기 전에 꽃이 피었다가 어느새 꽃이 지려고 한다는 것이 괜히 서운하기만 했다.
이제는 모란이 피는 계절도 5월에서 4월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모란의 꽃말은 부귀, 왕자의 품격이라고 한다.
모란은 중국 중서부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작으마한 꽃나무이다.
원래는 약용식물로 재배되어 왔지만, 양귀비를 모란에 비유하는 등....
당나라 이후에 모란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대상물이 되면서, 아름답고 화려한 꽃의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모란은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작은 나무로 보통 키가 2미터에 이르며
가지가 굵고 털이 있다.
꽃은 붉은 자주빛으로 피며,지름이 15cm 이상이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목단이라고 부르며, 목작약, 부귀화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빈집 화단에서
접시만한 크기의 새하얀 꽃이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도대체 무슨 꽃이기에, 저리도 크고 예쁜 것인가, 궁금증 때문에 견딜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서성거렸더니, 마침 그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만나서 양해를 구했다.
빈 집의 뜰 앞 가득, 하얀 모란이 피어 있었다는 것이 놀랠 만큼 신기하고 예뻤다.
모란의 색깔은 '적자주색과 빨간색'만 있는줄 알았는데, 하얀 모란이 있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진짜 신비스러울 만큼 예쁘다는 말로 자꾸 자랑을 해본다.
너무 예뻐보였다.
요즘 아파트 주변의 시골동네 담장 안에는 홀로 꽃을 피우면서 집을 지키고 있는 모란들이 많았다.
거의 빈 집을 지키는 모란들이 많은데, 왜그렇게 마음이 심란스러운 것인지?
어르신들이 꽃을 키우고 살다가 요양병원으로 가시는분, 하늘로 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빈집을 지키는 꽃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슬퍼보였다.
아무도 없는 빈집 대문에는 문이 열려있지만, 주인이 부재중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커다란 목재로 대문을 엑스자 형태로 막아놓은 집의 마당가에는 계절마다 꽃이 피고지고 했지만
봄날의 화단가에는 더 많은 꽃들이 주인을 떠나보낸 서러움으로 집을 지키는듯 했다.
어르신이 지난 가을에 먼 곳으로 떠나셨는데, 꽃들은 여전히 피고지고 한다는 것이 가슴 시리게 했다.
담장가에서 모란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빈 집이 심심해서 세상구경을 하려는듯....
이 집 모란도 담장 너머 바깥 세상 구경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덕분에 담장 밖에서 모란을 만날 수 있었다.
모란은 사찰 정원이나 시골동네 담장가에 많이 심겨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모란은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모란이 화사하게 꽃이 피는 시간은 오전인 것 같았다.
주로 오후에 산책을 하면서 모란을 만났을때는 모두 꽃들이 오므라져 있었는데
오늘 만큼은 아침 시간에 일부러 산책을 했더니, 이렇게 화사하고 예쁘게 꽃이 핀 것을 보게 되었다.
모란이 피는 계절에 모란과 함께 동행을 하는 꽃은 철쭉이었다.
색깔이 있는 철쭉을 싫어하다보니, 이런 색깔의 철쭉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깊숙한 산골짜기에 피는 연달래와 비슷해서 이런 색깔의 철쭉에게 매력을 느껴본다.
하얀색도 아니고 분홍색도 아닌
은근한 매력의 철쭉 꽃이 피는 집은, 집 주변에서 딱 한군데 있었다.
철쭉이 필때면, 이꽃을 만나러 일부러 찾아가본다.
4월이라는 달은...
23년전 부터 유난히 슬픈 달이라서 그런지 하얀꽃이 가슴에 와닿는다.
왜 내게 있어서 4월은 슬픈 달이 된 것인지?
23년전 4월 중순에 어머니가 떠나가셨고, 그리고 4년전 4월 중순에 또 한사람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래서 기일도 일주일 차이가 되다보니 요즘은 마음도 몸도 괜히 울적해진다.
그러다보니 하얀 모란꽃이 예뻐 보였고, 하얀 철쭉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어떻게든 잘 버티고 산다는 것이지만
딱 한번만이라도 떠난 사람들의 모습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것이 큰 그리움 덩어리가 되었는데
야속하게도 꿈속에서 조차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애닯은 4월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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