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예고도 없이, 날씨 모드가 따뜻함에서 무더움으로 바뀐, 어제 한낮의 기온은 25였다.
추위에 민감해서 갑자기 한기를 느끼면, 119를 불러야 할 만큼 괴상망칙한 체질이라서....
챙피한 소리지만, 아직도 얇은 내복을 입고 다니는 미련한 인간인데
어제는 내복을 입지 않고 다녔어도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괜찮은 날씨라고 생각했더니
한낮의 기온이 25도 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치도 않았던 봄꽃들이 한꺼번에 이곳저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꽃들의 잡동사니....!!
계절의 법칙도 무시한채, 봄꽃들의 릴레이는 기온상승 때문에 뒤죽박죽 된듯 했다.
배꽃이 필 때가 되었을텐데, 하면서
배 과수원을 지나다보니 하얀 배꽃들이 이미 만개된지 오래된 것 처럼 보여졌다.
배과수원 길 옆으로 꿀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꽃들이 너무 일찍 피는 것은 아닌가
반가우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배꽃 사진을 찍어보았다.
연분홍 봄꽃들이 사라지고나면
과수원길에서 보여지는 ,순백의 하얀 배꽃이 왜 그렇게 예뻐보이는지?
그런데 아직은 4월 초순인데, 너무 일찍 배꽃이 피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해본다.
길을 지나다가 향긋한 향기를 쫒아가봤더니 '수수꽃다리' 꽃이 피어 있었다.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마음속을 또 헝클어 놓았다.
곧 기일이 다가오는 우리집 아저씨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둘이 함께 보았던 꽃이 '수수꽃다리'였다.
먼곳으로 떠나가기 3일 전에
수수꽃다리꽃을 좋아하는 우리집 아저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뜰앞으로 나갔더니
화사하게 핀 보라빛 수수꽃다리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말없이 꽃을 바라보고 있는 그 마음속 까지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착잡 했을 것 같은 그 심정
지금 생각하면 그냥 가슴이 먹먹해질뿐이다.
며칠 동안 혼수상태도 아니었고, 시한부 선고 받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작별인사도 없이 ,밤새 안녕....
그래서 3일전에 함께 보았던 수수꽃다리꽃이 더 애절한 그리움이 되는듯 했다.
그후 4년, 수수꽃다리꽃이 피는 4월은 그냥 슬프다는 생각뿐이다.
우리집 아저씨가 떠나던 그해 보다, 올해는 열흘 정도 일찍 수수꽃다리꽃이 핀다고 생각했다.
다음주가 4주기 기일이기 때문이다.
수수꽃다리는 '수수'같은 꽃이 줄기에 달렸다'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자라는 북한지역 특산식물로, 우리나라 '토종 라일락'이라고 한다.
흰색 라일락꽃
날씨가 더워지니까 순식간에 봄꽃들이 정신을 못차리는듯 했다.
나무가지에 다닥다닥.... 모과꽃이 셀 수 없을 만큼 피어 있었다.
모과 열매는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꽃을 볼때마다 칭찬을 하게 만드는 '모과'꽃이다.
은근한 매력을 가진 분홍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골동네를 산책하다보니 담장너머에 모과나무가 왜그렇게 많은지?
가는 곳마다 자꾸만 사진을 찍어달라고 유혹을 하는 것을 뿌리칠 수 없었다.
시골마을 주변에는 동백꽃도 여전히 한몫을 한다.
장미꽃을 닮은 '분홍색 겹동백'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4월 중순쯤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으름덩굴'꽃도 덩달아 일찍 꽃을 피우고 있다.
조금 순서를 기다리면, 꽃들의 릴레이를 즐길 것인데...
순서를 무시한채 앞다퉈 꽃을 피우는 봄꽃들 때문에 인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집 텃밭에 피고 있는 '튤립'꽃이 참 예쁘게 피고 있었다.
4월 중순쯤에서 5월초순에
노랗게 꽃이 피는 '겹황매화(죽단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홑황매화
돌단풍꽃
우리 아파트 계단 옆에 민들레꽃이 군락을 이뤘다.
누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자생 능력이 대단한 민들레의 홀씨 번식력이다.
올해 처음으로 만나게 된 '애기똥풀'꽃이다.
너무 흔한 꽃이라서 해마다 처음 만났을 봄날에만 한번 정도 사진을 찍어주게 된다.
벚꽃이 사라지고 나서, 곧바로 바톤텃치를 한 것은 산철쭉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뒷산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 '산철쭉'이 피기 시작했다.
벚꽃잎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 할 때 부터 꽃봉오리를 보여주더니
벚꽃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니까, 제법 예쁜 모습이 되고 있었다.
벌써 5년째....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없었던,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 분홍빛 꽃눈이 내렸다.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 까지 휘어잡을 것만 같았던 벚꽃은
딱 일주일 동안 아름다운 모습으로 머물렀다가 , 잔설같은 꽃눈을 남겨 놓은채 사라져 가버렸다.
적당하게 바람이 불어대면서 떨어지는 꽃잎이 머리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풍경....
그것도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겨질 것 같은 4월의 어느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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