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별미음식 늙은호박전

nami2 2020. 9. 10. 22:17

평소에 음식에 대한 편식이 심한 내가 가장 먹기싫어 했던, 음식은 늙은호박으로 만든 음식들이었다.

호박죽도 싫어 했고, 단호박으로 만든 것도 싫어 했고, 호박범벅이라든가 호박떡 까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래서 텃밭에도 절대로 늙은 호박이 될수 없는,애호박을 심었으며

지인 집에서 맷돌호박씨를 주길래, 넓은 공터가 많은 텃밭에 심었더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맷돌호박 줄기는 긴 장마에 몽땅 죽어버렸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쩔수없이 늙은 호박으로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그냥 우습기만 했다.

     

  해안가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지인집에도 하이삭 태풍이 큰 피해를 주었다.

  겸사겸사 도움을 주기위해, 몇몇의 지인들과 함께 찾아가서 일을 봐주었는데

  해안가 언덕에 심어놓은 호박들이 염분이 심한 바닷물을 뒤집어 쓰고는 줄기가 약해져서

  모두 언덕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익어가던 늙은 호박구출 작전을 하기위해 ,용감한 여자들이 해안가 언덕으로 나갔더니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을 만큼의 높은 갯바위 절벽이었다.

  가시덤불이 섞인 풀숲과 소금물을 뒤집어쓴채 낙엽이 된 호박잎 사이로 떨어진 호박을 찾기에는

  참으로 위험한 장난이었는데, 기여코 호박찾기에 나섰다.

  저 호박이 뭐라고.... 그렇게 위험한 장난을 했는지

  더구나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미끄러지면 영락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인데....

  그런데, 극성스런 여자들 넷이서 깔깔거리고 웃어가면서 여전사가 된것 처럼 용감한척을 했다.

  결국 호박을 찾아낸후, 호박을 들고 언덕을 기어오르면서, 참으로 귀한 호박 다칠세라

  릴레이식으로 무거운줄도 모르고 호박을 전달하며, 언덕위에 올라서서 호박만세를 불렀다.

  아까운 호박을 4개나 찾아냈기에, 여자들의 극성이 언덕아래에서 호박을 썪게 하지는 않게 되었다.

 

 가장 큰  호박의 배를 갈랐다.

 향긋한 늙은 호박 냄새가 처음으로 맛있게 느껴졌다.

 

  지인이었던 음식점 안주인이 호박을 자꾸만 토막을 냈다.

 

 호박 구출작전을 했던 네사람에게  한개씩 집으로 가져가라고 했다.

 호박이 워낙 커서,큰호박을 한개씩 가져가라고 하면 무거워서 거절할 것 같으니까

 가장 큰 호박을 잘라서 4등분 해놓았다.

 

 늙은 호박을 싫어하는 내가 집으로 가져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사양을 했더니

 맛있게 전을 부쳐먹던지, 국을 끓여먹든지 해보라고... 지인들이 숙제를 내주었다.

 

 일단 눈앞에서 빨리 없애버려야 부담이 덜어질 것 같아서, 호박전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먹기는 싫어도 가족에게 호박전을 해주기위해

 그동안 몇번 정도는 호박전을 만들어 보았기에,어렵지는 않았다. 

 

 호박전을 할 것은 호박전 긁어내는 채칼로 긁어냈고

 호박찌개를 하기위해서는  호박의 껍데기를 칼로 깎아냈다.

 

 어릴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늙은호박찌개를 기억하며

 납작납작하게 썰은 호박을 들기름으로 볶아서,

 멸치, 다시마, 무우, 양파를 넣고 끓인 다싯물을 붓고 10분 정도 푹 호박을 익혔다.

 새우젓을 간을 한후, 대파와 청량고추를 썰어넣고 불을 껐다.

 먹어본 맛은.....

 늙은 호박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맛있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

 

 이번에는 호박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호박채를 긁어내서  양파, 당근, 청량고추와 계란 1개를 준비했고

 

 부침가루와 설탕과 소금을 준비했다.

 

 호박에서는 물이 나오기 때문에, 물을 넣지 않은채

 준비된 야채와 부침가루를 넣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후 반죽을 했다.

 

  먹기좋은 크기로 전을 부쳤더니 먹음직 스러웠다.

  전을 부치면서 먹어보니, 호박 특유의 냄새가 역겹게 하지도 않고 먹을만 했다.

  어렵게 언덕아래에서 비를 맞고 떨어져있는 호박을 구출해냈었기에

  그 생각을 하면서 호박전을 먹어본 소감은....

  다음번에도 늙은 호박이 있다면, 호박전을 부쳐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긋지긋 했던 긴 장마 그리고 하늘을 원망하고 싶었던 두번의 강한 태풍속에도

 자연의 순리대로 어김없이 가을은 시작되었고
 그 가을의 길목에서, 태풍의 눈치를 보며 어렵게곡식을 여물게 하고 있다는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거대한 나무도 쓰러뜨리고, 삶의 터전인 상가건물도 침수시키고, 바람에 날려보낸 태풍은
 들판의 곡식들에게는 무한한 자비를 베풀었다는 것이 또 신기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듯, 들판의 벼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점점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 새삼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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