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 다녀온후, 정말 오랫만에 절집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한치 앞도 모른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이땅을 떠나신분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하는, 매달 음력18일 "지장재일"에만 다녀오는 불광산 장안사에는
1월에는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 준비 하느라고 못갔고, 2월에는 산행 약속이 있어서 못갔는데
3월과 4월은 불청객 코로나 횡포 때문에 가지 못했더니 어느새 4개월이 지났다.
엊그제 신년 새해맞이를 했건만, 코로나로 인한 허송세월을 어디가서 보상을 받아야 할지
생각해보니 덧없이 지나간 2개월이 그냥 아깝기만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 산길에 길게 늘어선 형형색색의 연등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계속해서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명령이 해제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장안사로 가는 길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살 것 같았다.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세상에서, 절집 대문 까지 폐쇄당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그래도 길게 늘어선 연등행렬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코로나로 인한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홀로 피었다가 지고 있는 산벚꽃이
나를 기다린듯, 아직은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멋스러웠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절집까지 20분
두군데의 화장실도 폐쇄 되었다는것이 얼마나 그동안 인적이 드문 산길이었는지
그래도,연두빛 물감을 칠해 놓은듯한 골짜기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런저런 일로 4개월 동안 발길이 뜸한 절집 앞에 서보니, 마음속 까지 평온해졌다.
연두빛 봄날속에 파묻힌 풍경이, 그동안 그리움이 된듯 했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불광산 자락
이렇게 또 봄날은 초파일과 함께 5월로 접어드는 것인가보다.
너무 익숙해진 풍경 앞에서
그냥 마음은 숙연해진다.
봄맞이꽃
담장 옆의 불두화는 아직 초록색이다.
곧 하얀색의 불두화꽃이 화사하게 피기시작하면, 계절은 5월로 접어들고
연두빛 세상도 푸르름의 계절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런 꽃도 피지 않는 숲길에는 오직 삼색병꽃만 피고 있었다.
삼색병꽃
떡쑥꽃
떡을 하면 일반 쑥보다 더 맛있다는 '떡쑥'이다.
진짜 이 식물로 떡을 만드는지는 본 적이 없지만, 떡쑥이라는 이름이 그냥 붙은것은 아니기에
떡을 해먹은 사람이 있으면 맛의 평가를 듣고 싶었다.
장안사로 가는길에 서있는 1300년 된 보호수 느티나무
장안읍지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께서, 장안사 척판암을 지을때
문무왕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 옆에는 하장안 할매당산이라고 하는 당집도 지어져 있는데
음력 정월14일 밤 자정과 음력 6월14일 밤 자정에 당산제를 올린다고 한다.
들판의 유채꽃은 모두 사라져가고 있는데
이곳의 유채는 아직도 예쁜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맑고 푸른 하늘의 흰구름과 연두빛 숲과 노란색 유채꽃
참으로 잘 어루러지는 한폭의 풍경화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멈췄다.
어느 누군가와 함께 동행 했다면, 유채꽃밭 속에서 1분짜리 독립영화라도 찍었을텐데
생각할수록 아쉬웠다.
코로나 때문에 일그러진 마음속에 청량음료 한잔 했을 것 같은 상쾌함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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