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날이라는... 24절기 중 스물두번째 절기인 동짓날이다.
동짓날에는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끓인다고 하는데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오랜 풍습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나
동지에는 집집마다 팥죽을 끓이는 냄새가 이곳저곳에서 풍겨오는것 같았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는데
올해는 애동지가 아닌, 중동지이니까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야기는 모두 접어두고, 내가 동짓날에 팥죽을 끓이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팥죽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팥죽을 끓이기 위해, 먼저 팥을 삶게되는데, 집안 가득 퍼지는 팥냄새가 왜그렇게 좋은 것인지
그렇게 좋아하는 팥죽인데도 이상하게 일년에 딱 한번 끓이게 되는 이유는 뭣때문인지 모르겠다.
입맛이 없을때는 팥죽 한그릇이면, 더이상 바랄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년에 한번 끓이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게을러서 끓이지 못하는것 외에는 다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본다.
해마다 빼놓지 않고 동치미를 담그는 것은 아무래도 팥죽을 먹기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치미를 담가놓고 가장 맛있게 먹을때는 동짓날에 팥죽 먹을 때인 것 같았다.
하루종일 집을 비울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팥죽을 끓이려면, 바쁠 것 같아서
어제 저녁 늦게 팥을 삶았다.
푹 삶아진 팥을 뜨거울때 채에 걸러서, 팥물을 받아 놓았다.
팥물의 웃물과 앙금이 구분이 잘되면,죽을 끓이기 쉽다해서 그렇게 했더니
팥죽 끓이기가 정말 쉬운 것 같았다.
밑에 가라앉은 앙금은 별도로 끓이고, 불려놓은 쌀을 웃물로 죽을 끓이니까 바닥에 눌지 않아서
다른 볼일을 봐가면서 죽을 끓여도 괜찮았다.
팥죽이 거의 완성될때 함께 넣으려고 으깨진 팥과 팥물을 약간 남겨놓았다.
한쪽에서는 웃물로 죽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팥물을 끓였다.
팔팔 끓은 팥물은 다른 그릇에 덜어놓았다.
이유는.... 팥칼국수용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으깨놓은 팥알갱이
한쪽에서 끓인 팥물에, 웃물로 끓인 죽을 냄비에 합쳐서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남겨놓은 팥물은 '팥칼국수'를 해먹으려고 준비중이다.
단골로 가끔 다니는 칼국수집에 가면, 그냥 칼국수보다는 팥칼국수를 좋아 하기때문에
집에서도 한두번 해먹어보려고 팥물을 남겨놓게 되었다.
떡국용 떡은 팥죽에 넣으려고 사다 놓았다.
입맛이 약간은 까다로운것인지는 모르나 새알심 넣은 팥죽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알심이 찹쌀로 만든 것이라서 뱃속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끓이는 팥죽은 새알심을 넣지않고, 떡국용 떡을 넣는다.
떡을 넣고 5분 정도 끓이다가, 가스불을 껐다.
새알심을 넣지 않는 팥죽이라고, 뭐라고 하던지 말던지 내입에 맛있으면 된다.
지인 집에 한그릇 가져다 주었더니,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는 평가였다.
팥죽을 약간 많이 끓인 이유는 냉동에 보관하기 위함이었다.
가끔씩 생각날때 먹으려고 비닐팩에 넣어서 팥죽을 완전히 식힌 후에 냉동실로 들어갔다.
팥물이다.
이것도 아주 가끔씩 팥칼국수 생각날때 ,꺼내서 팥칼국수 해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었다.
12월초에 담가놓은 동치미가 아주 맛있게 익었다.
팥죽과 단짝........먹을만 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팥죽을 먹게된지는 몇년 안되었다.
어릴때는 팥죽 자체를 싫어 했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먹고 싶어도 팥알레르기 때문에 먹지를 못했었다.
팥이 들어간 것은 뭐든지 먹지를 못했다.
좋아했던 팥시루떡 부터, 붕어빵, 단팥빵,찐빵, 아이스크림까지...
5~6년전에 체질이 바뀌면서 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팥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그동안 못먹었던 팥음식을 지금은 뭐든지 잘먹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일년에 한번은 제법 많이 팥죽을 쑤어서 냉동실에 보관하게 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는 것 같다.
좋아하는 팥죽인데도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팥죽을 쑤기 싫어 하고,
꼭 동지에만 한꺼번에 팥죽을 많이 쑤게 되는 이유는 아직 까지도 아리송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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