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꽃무릇이 필때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집 주변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동해남부 한적한 바닷가 '임랑해수욕장'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묘관음사이다.
몇년 전만해도 동해남부선 열차가 다니는 곳이었으며, 아주 작은 간이역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열차가 오면 땡땡거리며 막아서던 열차 건널목도 무용지물이 된채 ,철길마져도 흔적만 남겨진 곳이다.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는 선원이 있는 사찰이라서 일년이면 몇번 정도 다녀오는 곳인데
예전의 분위기 있었던, 동해남부선 열차의 건널목과 철길의 흔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꽃무릇이 붉게 피는 9월이면 으례히 묘관음사쪽으로 발길이 옮겨진다.
한해 두해 .... 시간이 흐를수록 묘관음사의 꽃무릇의 식구는 자꾸만 늘어갔다.
영광불갑사, 고창 선운사, 함양 천년숲, 거창 갈계숲...등등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는 꽃무릇을 보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녀왔는데, 함께 동행했던 사람이 부재중이라서
지난해 부터는 나혼자서 '묘관음사'에 가서 꽃무릇을 만나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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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관음사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꽃무릇이 제법 예쁘게 피었다.
겨울이면 곱게 꽃이 피는 동백나무 숲 밑에, 꽃무릇의 군락지가 있다.
관음전 앞에서 바라보이는 임랑해수욕장의 바다 색깔이 하늘색 보다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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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관음사 길상선원 뜰 앞에 핀 '바나나꽃'
바나나 나무가 제법 많은 묘관음사에서 올해는 바나나꽃을 보게 되었다.
흰꽃 나도 샤프란
15년전에 묘관음사 대웅전 뜰앞에 핀 꽃이 너무 예뻐서 해마다 그 꽃을 보러가기 위해서
계절을 맞춰서 일부러 묘관음사를 찾아갔다.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는 선원이라서 발뒤꿈치도 들고 걸어야할 만큼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꽃피는 시기에 맞춰서 찾아갔는데, 그꽃은 지금은 너무 흔한 꽃이 되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나도샤프란'꽃이었다.
길상선원의 모습도 바뀐 것 같았다.
큰 툇마루는 사라지고 댓돌이 생겨났다.
그래도...
작은 툇마루가 없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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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밖에서 멀리 보이는 관음전 현판
이질풀꽃
이제는 다른 어떤 곳으로 꽃무릇을 보러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
묘관음사 경내와 경내 바깥은 온통 붉은 꽃물결이 되었다.
붉은 꽃무릇 속에서 핀 한송이 흰백합꽃이 신비스러워 보였다.
묘관음사를 무척 좋아 했던 우리집 아저씨가 어느해인가
묘관음사에 갔다가 꽃무릇 사진을 찍어왔었다.
9월이면 어느곳으로 꽃무릇을 보러 갈것인가를 고민할때 였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묘관음사도 다른 사찰 못지않게 꽃무릇이 제법 예쁘게 필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정말, 우리집 아저씨가 장담 했던 것처럼....
지금은 나혼자서 묘관음사의 꽃무릇을 보러 다닐것이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찾아갔을때 묘관음사의 길상선원 작은 툇마루에 앉아서
몸이 너무 많이 아파서 '관음전'에 올라가지 못함을 아쉬워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 묘관음사에 가면
길상선원 작은 툇마루와 관음전은 꼭 사진으로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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