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환자의 몸무게 늘리기

nami2 2017. 12. 15. 01:04

             늘 살얼음판 같은 날들이 계속되면서도 어렵게 2차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한지 오늘이 6일째 되었다.

             1차 항암후 환자가 음식을 생각보다 잘먹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무조건 원하는 음식은 뭐든지 먹을 수 있게 했다.

             주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외에, 밖에서 포장을 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먼곳 까지  찾아가서 포장을 해왔다.

             다음번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잘먹어야 한다는 것이 환자들 사이에서는  법칙으로 되어 있었기에

             무조건 살을 찌게 하는 것이 항암하는 환자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2차 항암치료 며칠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음식 조절을 하는 것도 간병인이 해야 할일인데, 뭐든지 먹고 싶다는 것이 있으면 먹을 수 있게 하라는 

             병원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했던, 행동이 참으로 미련스러웠음이 나중에는 후회로 남았다.

 

             항암치료 받는 환자들의 퇴원은  일반환자가 회복해서 퇴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병원측에서 주입을 시켜줬다.

             갑자기 고열이 난다거나  구토,오심  등등 이상함을 발견했을때는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퇴원 후 관리를 잘못해서 위험지경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 후 부작용으로 너무 음식을 못먹어 체중이  6키로가 빠져나가서 응급으로 입원했던 것이 생각났다.

             암환자에 대한 상식이 없을때여서, 나의 무모함에 큰일을 치를뻔 했었다.

             주치의가 있는 병원이었기에 입원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입원한지 10일만에  1차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항암 치료후 생각외로 음식을 잘먹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그런 상태로 계속 잘먹으면, 2차 항암때는  무난하게 잘 넘어 갈 것이라는 의사 소견도 있었다.

 

             1차 항암후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동안 뭐든지 잘먹던  환자가 급체를 했는지

             복부통증과 메스꺼움을 동반한 증세 때문에 식사를 거부하더니  그 다음 부터는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거부 했다.

             입에서 땡긴다고 늦은 시간 까지 자꾸만 뭐를 먹더니, 한밤중에 먹은 것이  잘못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응급실로 가야 할 것 같아서 권했지만 ,환자의 고집은 자꾸만  문제를 어려움으로 몰고 갔다.

             그런 상태로 3일을 버티면서 그동안 체중을 늘려 놓았던 것이 모두 빠져 나갔다. 

             

             항암2차 치료를 받기위해 예약된 날짜에 병원에 갔더니 ,주치의가 환자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다행히 채혈과 엑스레이 검사 결과는  항암치료 받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복통이 일어난 날부터 3일 동안 메스꺼움 때문에 물한모금 못마셨다고 하니까 MRI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혹시 불똥이  뇌로 튕긴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소견이었다.

 

             메스꺼움은 계속 되었고,물 한모금  넘기지 못하는 것도 계속 되어서  하루에 한번씩 엑스레이 검사를 했다.

             장에 가스가 찬것 같다고,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덕분에 쉬어가자는 식으로 금식 팻말이 붙으니까 환자는 오히려 편안한 모습이었다.

             다행이 MRI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3일만에 금식이 풀리고, 미음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물도 마시지 않는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하여,  입원 일주일만에  2차 항암치료를 했다.                    

            

             암병동에서는 환자들이 3개월간 식사를 못하면, 결국 하늘로 간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정말 하늘로 떠나가는 환자들이 하루에 한두명씩은  꼭  볼 수가 있었는데, 거의 식사를 못한채 떠났다고 했다. 

             그런 상황 까지 가지 않으려고, 강제로 억지로 뭐를 먹여보려고 애썼지만, 체중은 계속 빠져나가고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애처로운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건강할 때, 65키로 였던 우리집 아저씨의 몸무게는  어느새 47키로가 되었다.

             같은 병실에서 우리집 아저씨보다 더 심한 환자들의  살기위한 몸부림이 자극을 줬는지

             음식을 먹어보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모두가 심각한 말기암 환자들이었다.

             옆 침대 43키로 나가는 아저씨의 피나는 노력이 우리집 아저씨에게 힘이 되어준듯 했다.

             그 환자는 퇴원 할때 3키로의 체중을 올리고  나갔지만

             퇴원할때 우리집 아저씨의 체중은 1키로가 늘어난 48키로가 되었다.  

             

             메스꺼움이 심해지니까  금식 팻말을 붙여 놓더니, 이틀 후 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식 했기 때문인지, 미음 한그릇을 모두 비운후 또다시 고통을 호소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장에 부담이 생겼다고 했다.

             매일같이 찍어대는 엑스레이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해서 별다른 처방이 없었다. 

             약 먹을때 외에는 물도 마시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칼국수를 포장해오라고 했다.

 

             미음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칼국수를 찾는데, 어이가 없어서 망설이다가  칼국수를 포장 해왔더니

             아무 탈없이 잘 먹었다.

             미음이 죽으로 바뀌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건만, 환자는  또다시 찐빵을 사오라고 했다.

             간호사에게 환자가 밥을 원한다고 했더니  죽이 나오기 시작했다.

             죽 나오는 사람에게  찐빵을  먹인다는 것이 잘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찐빵을 사다 주었다.

             환자는 죽을 먹지 않고, 밥을 먹길 원했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밥을 바꿔 먹기 시작했다.

             보호자는 죽을 먹고, 환자는 밥을 두숟갈부터 시작해서   차츰 밥을 늘리기 시작했다.

             식사량을 체크하는 간호사에게 과일과 비스켓을 잘먹는다고 했더니  밥이 나오기 시작했다.  

             

             환자밥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환자는 마음놓고 족발을 사오라고 했다.

             1차 항암 후에도 족발을 먹고  입맛이 돌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족발이 보약이 될 것 같은 생각이라서

             족발을 사다주었더니, 정말 족발이  우리집 아저씨를 살리기 시작했다.

             집 주변 시장안에 있는 족발집의  족발을 평소에도 즐겨먹었기에

             병원과의 거리는 꽤 되었지만 열심히 족발을 사다 먹였다.

            

             입맛은 돌아왔고, 한끼에 밥 두숟갈 먹던 사람이,공기밥 1/3을 먹었고, 또다시  반그릇 정도를 먹게되니까 

             퇴원해도 좋다는  주치의 소견이 나왔다.

 

             퇴원한지 오늘 6일째

             여전히 하루에 한번씩 족발을 사러 다녔고, 건강할때는 먹지 않았던  감 홍시를 열심히 사러 다닌 결과

             체중이 52,5키로가 되었다.

             편식없이 식사도 꽤 잘하는 편이며, 간식으로 많은 것을 요구했다.

             3차 항암하러 가는 날까지 55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결국 내손 안에 있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만....

            

             퇴원할때의 몸무게 48키로와 지금 현재의 52,5의 몸무게의 차이점은 

             이제는 제대로 사람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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