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퇴원하는 날

nami2 2017. 12. 28. 01:45

            들락날락,  입원과 퇴원이 반복되는 암병동에서의 시간들도 이제는 적응기간이 끝난 것인지

            5박6일이라는 날짜가 짧다는 이유가 된것인지, 퇴원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움이 된듯 했다.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환우들과의 동병상련의 느낌은 날이 갈수록 애틋해지는 것 같아서

            이제는 퇴원할때도 아쉬움이라는 정을 느낄줄도 알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방사선치료 후유증 때문에 극도로 쇠약해진 환자가 염려스러워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가늠할 수 없었는데,  환자의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다는 확신을 갖게 되니까

            긴장이 풀리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3차 항암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 오는 '오늘'은  참으로 특별한 날이었다.

            

            긴박했던 순간들에서 절망의 순간들로 한숨을 보내면서 의사의 선고를 받던 여름날에는 

            올해의 12월은 참으로 슬픈 시간들이 될 것이라는 가슴 아픈 생각들로 꽉 차 있을 때 였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이 아니면 12월이 끝날때와 새해 달력을 넘길 무렵 

            혹시,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었다.  

           

            대학병원 의사의 실험용 대상이 되었던 환자가  더이상 실험용 쥐 신세만도 못해졌을때

            의사는 환자를 방치 했으며, 의사는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을  원했다.

            눈치도 모르는 환자가 의사에게 목숨을 구걸하게 되니까, 의사 입에서 내뱉은 소리는 시한부 3개월이었다.

            항암치료 할 약이 없어서 ,무리하게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즉시 사망이라는....

            환자와 보호자의 가슴에 상처가 되는 말을 눈도 꿈쩍 하지않고 내뱉었다.

           

            결국은 대학병원을 포기하고, 암센터로 찾아 가면서  실낱 같은 희망을 애써 가져보기로 했다.

            그 희망은 참으로 헛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후유증을 만들었던 방사선 치료도 잘끝냈고, 위태롭던 생명도 회복기를 가져서

            항암치료를 3차 까지 무사히 잘끝냈다.

           

        

            두번째 항암치료를 끝내고, CT를 찍어서 판독한 결과는

            주치의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 까지 환한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모두 좋아 졌습니다. 암덩어리도 작아졌고, 피검사 결과 종양의 수치도 상상외로 작아졌습니다."

           

            귀를 의심했고, 눈을 의심할 만큼  주치의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과 CT속의 사진들은...

            그동안 고생했던 모든 것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3차 항암치료를  무사히 끝내고 퇴원하는 날은  우리집 아저씨의 생일날이었다.

            올해의 생일을 함께 할 수 있을런지

            그동안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12월 달력을 바라보는 것이 멀미를 할 만큼 힘들었는데

            주치의로 부터, 미소띤 말 한마디는 환자의 얼굴에서  밝은 표정을 볼 수 있게 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일 것 같은  중증환자

            우리집 아저씨의 생일선물은  주치의 선생님의 희망적인 말 한마디가 최고의 선물이 된 것 같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희집 아저씨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얼마나 많이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는지, 쑥스러움도 내다버리고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주치의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현했다.

            

            오늘, 환자가 병원에서 생일을 맞이했고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생일날 아침을 맞이 했지만 

            생일날에 퇴원해도 좋다는 허락 또한 그 어떤 선물 보다 더 소중한 선물이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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