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혹시 겨울 장마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초하루도 아니고, 보름도 아닌데 문득 암자에 가보고 싶어서 길을 나섰다.
모처럼의 화창한 겨울날에 ~ 겨울을 건너뛰고 봄으로 넘어 가려는 극락암의 뜰에는
참으로 예쁜 동백꽃이 피었다.
꽃이라고는 흔적 조차 없는 삭막한 겨울에 동백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꽃이라고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15교구 본사 통도사 산내암자 극락암 '원광재' 앞 뜰에는 벌써 봄소식이 있는 것인지?
창호지를 바른 문과 툇마루 그리고 동백꽃이 어우러진 한옥의 기품이 요사채에 가득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는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뎌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사라진다.
법정스님 수필집'산에는 꽃피네'중에서
'원광재' 댓돌 위에는 신발이 한켤레도 놓여 있지 않지만
언제, 어느 때 가보아도 새들의 맑은 소리와 예쁜 꽃으로 사계절 내내 극락 같은 곳이다.
영롱한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새빨간 '남천 열매'
문득...'맆스틱 짖게 바르고' 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암자에 하얀 눈이라도 내린다면, 남천 열매의 우아함이 또다른 겨울 풍경이 그려질 것이다.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꽃이 있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 속에 묻혀서 참고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바세계는 참고 견디는 세계라는 것이다.
원광재 옆 '삼소굴'에서 경봉큰스님의 환한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동백꽃은
극락함을 찾는 모든이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듯 ~
삭막한 겨울이 오기전에 화사함으로 '원광재' 앞에 피어있다.
극락암은 겨울이 없어진것 같다.
봄에 피는 노란 '민들레'가 겨울 단상 위에 요염하게 앉아 있다.
민들레 옆의 할미꽃과 제비꽃이 피면,극락암에는 겨울이 머무를 자리는 없어질 것 같다.
생전에 경봉 큰스님의 처소였던 '삼소굴'에 산수유 열매가 겨울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극락암에 홍매화가 필 때 까지 ....
산수유 나무에서 노란 꽃망울이 움틀때 까지 그렇게 겨울을 장식했으면 좋겠다.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로서 만족해야지.~ 둘을 가지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 건 허욕이다. 하나로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정스님의 수필집에서.
하얀 색깔의 동백꽃이 피었다.
화려한 빛깔의 분홍색 보다는 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삭막한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를 장식한 노고에 치하를 하고 싶어진다.
극락암의 멋스러움은 앙상한 나뭇 가지에도 가득 들어 있다.
식이섬유가 많아서 변비에도 좋고, 열량이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에도 좋다는 시래기나무!
모과나무의 갯수를 세고 싶어서 바라보았다가 목이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
다닥~다닥~ 모과나무 주변에는 유난히 산새들이 많이 있었다
먹을 수도 없는 모과나무의 향을 느끼기 위하여 모여든것인지?
팔 다리가 휘청거릴정도로 끌어안은 나무의 양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봄 부터~가을 까지의 극락암 영지 주변에는 항상 꽃이 있어서 아름다웠는데
쓸쓸한 겨울날의 영지의 홍교도 외로워 보인다.
꽃이 사라진 영지 주변에는 새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고즈넉한 풍경에 가던 발길도 멈춰 서게 만든다.
어쩜 마지막일 것 같은 극락암의 예쁜 가을 풍경을 만들어낸 단풍이
회색빛 겨울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 같았다.
고즈넉한 선원의 풍경을 쓸쓸하지 않게 장식을 해주는 극락암 입구의
곱디 고운 나무가 삼소굴의 빨간 산수유 열매처럼 겨울 내내
극락암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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