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산사로 가는 길은 그냥 쓸쓸하고 서글프다.
아무도 찾지 않는 숲길은 앙상한 나뭇가지의 부딪히는 소리가 더욱 쓸쓸하게 귓가에 맴돈다.
낙엽 위에 떨어진 열매가 동글납작한 것이 아마도 상수리 나무 숲인 것 같다.
표충사 일주문에서 수충루 까지 이어지는 낙엽 쌓인 숲길에는 까치소리만 요란했다.
요사채 부엌에서 군불 타는 냄새가 저녁 노을과 함께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늦은 오후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호젓한 숲길을 천천히 걸어서 일주문을 지나고, 천왕문을 지나며, 불이문도 지난다.
마음속의 온갖 번뇌를 숲길을 걸으며 평온함으로 다스려본다.
숨가쁘게 걸어왔던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낙엽이 쌓인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얼음이 살포시 얼어 붙은 계곡에도 겨울이 찾아 들고 있다.
산사로 들어가는 호젓한 길에는 아직도 단풍이 길손을 마중하고 있다.
빈 나뭇가지의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듯, 쉽게 가을을 떠나지 않고 있는 단풍나무가
애잔하게 보이는 숲은 쓸쓸한 것 같으면서도 그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다.
표충사 천왕문 옆 돌담장 옆으로 노란 은행잎이 수북히 쌓여 있다.
낙엽 위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일 날이 머지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보다는 가을이 머물러 있는 것이 아직은 덜 삭막하다.
해 저무는 겨울 산사에 마지막 햇살이 한층 더 고즈넉하게 만든다.
짧은 겨울 해는 아쉬움으로 산마루에 걸려 있다.
살짝 들여다 본 요사채의 담장 위에는 '개머루'가 달려 있다.
풍요로웠던 가을이 떠나간 자리에서 가을을 그리워하며, 담장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 처럼....
산사의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스럽다.
몹시 추운 초겨울의 오후!
담장 위에 있는 나팔꽃의 아름다움이 지쳐가고 있다.
초췌해진 모습이 되어갈지언정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 하지만
무서리가 싸락눈으로 바뀌는 어느 겨울날 아침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노란 은행잎의 낙엽 위에 곱게 핀 장미 한송이!
예쁘다고 칭찬을 할 것이 아니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들이 세상구경 나온것 같아서 애처로움뿐이다.
이곳은 일반인들의 '출입금지'구역이다.
적막함과 쓸쓸함이 들어있지만, 평온함이 있기에 죄송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았다.
12월 까지만 추위를 견디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한 것 같은 '나팔꽃'
그러나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여진다.
이른봄에 피는 '방가지똥'
밀양 표충사의 주차장이다.
까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저녁나절에 숲은 나름대로 평화스럽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차거운 바람은 모든 것들을 추위에 떨게하지만
겨울 산사의 숲 그늘은 웬지 모를 그리움이 들어 있어 가슴 한켠이 시리기만 하다.
전 , 전생의 어머니와 헤어진 장소였던 것처럼 뇌리를 스치는 아련함은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늘 표충사를 찾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