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초하루(설날)에 통도사를 갔었다.
양력 새해 첫날과 음력 정월 초하루 양력과 음력이 주는 의미는 틀리지만, 부처님을 뵈러 가는 마음은 같다.
설을 맞이하여 조상님께 드리는 차례를 올리고는 통도사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에 음력 정월 초하루날 부처님을 뵈러 가는 마음은 그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항상 승용차를 타고 주차장 까지 갔었지만, 웬지 숲길을 걷고 싶어서 통도사 매표소를 지나 차에서 내렸다.
한번쯤은 길고 긴 소나무 숲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몹시도 추웠던 날씨가 입춘을 하루 앞두고 날씨가 많이 풀렸다.
그래서인지 얼음이 녹아내리는 계곡에서도 봄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에 곧 버들강아지가 눈을 뜰것 같았다.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가지를 늘어뜨린 오래된 소나무에서 풍겨오는 세월의 향기를 느낄수 있었다.
소나무 숲길을 걸을때 느껴지는 솔 향기는 도심에서 공해에 찌든 가슴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것 같다.
잎이 모두 사라져버린 겨울나무의 앙상한 모습이 그래서 더욱 고즈넉한 겨울풍경에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속에 쌓였던 걱정 근심까지도 날려보내 주는것 같다.
한번쯤은 통도사의 이 길을 걷고 싶었는데, 음력 정월 초하룻날에 소망이 이루어진 기분이다.
통도사로 들어가는 오솔길은 소나무 향이 바람에 날리는 운치 있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잠깐이면 될것 같았던 소나무 숲길을 한참이나 걸어서 '부도전'을 지나고, 이제 산문으로 들어선다.
숲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새소리와 물소리는 삶에 지쳐버린 마음에 활력소가 되어주는것 같다.
멀리 '삼성반월교' 아치형의 다리와 겨울바람에 누렇게 퇴색한 갈대밭이 쓸쓸한 산사의 겨울 숲을 더욱 돋보이게한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통도사 '구룡신지(九龍神池)'에 던져진 동전들
지금 '삼성각'은 보수중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 날의 '산령각'의 조그만 공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통도사 '만세루' 옆에서 볼 수 있었던 목조 수통(이조시대)
아직은 얼음이 녹지 않은 겨울이다.
그러나 설도 지나고, 입춘도 지났다.
천왕문 앞 선방 담장의 삼지닥나무에 꽃망울이 보였으며, 예쁜 홍매화의 꽃망울도
제법 콩알만하게 부풀어 있었다.
곧 얼음은 녹을것이고, 냇물은 시원스레 흐를것이며, 홍매화가 예쁘게 필 날이 올것이다.
통도사의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 까지 봄은 포근하게 다가와 홍매화 향이 그윽하게 퍼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