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서 피부로 직접 느꼈던 어제의 기온은 완전 초여름이 었는데
하루만에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고
이곳, 집 주변의 기온은 딱 걷기좋은, 텃밭에서 일하기 좋은...
전형적인 4월 끝자락의 날씨인 것 같아서 오늘 기분은 괜찮은 것 같았다.
모든 봄꽃들이 일찍 피기로 약속을 한듯, 이미 계절을 추월한
장미꽃과 붓꽃이 제법 많이 피고 있는 요즘이건만
아무리 숲길을 기웃거리며 찾아봤으나 찔레꽃 만큼은 아직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쬐끔은 아이러니한 이상한 세상이 틀림없었다.
요즘은 하루 건너 한번씩 강풍주의보가 날아들어서 들판에서 일하기가 힘든데
그래도 5월이 오기전에 텃밭의 봄채소 모종을 겨우 심어놓을 수 있었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자주 내렸던 봄비는 모종들을 심어놓으니까, 큰 웬수가 되지 않을까?
예쁜 꽃들이 피었던 4월도 끝나가면서, 또다시 고달퍼질 것 같은 텃밭에는
물퍼나르기가 시작 될 것 같은 힘겨운 5월이 다가온다는 것이 끔찍할 것만 같았다.
통도사에서 볼일을 끝내고,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뭔가의 아쉬움 때문에
암자 주변을 한바퀴 했었더니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면 서운했을 만큼
암자 주변에는 이런 저런꽃들이 제법 많이 피고 있어서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통도사로 가는 숲길 주변에서
생각치도 않은 예쁜 꽃을 만났다.
산 깊숙한 곳에서 산삼 만난 기분 처럼...
이렇게 탐스럽고 예쁜 꽃을 만났다는 것이
심봤다'를 외칠 만큼,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하얀꽃은 '큰꽃으아리'였다.
시골동네 정원이나 울타리에서 만나게 되는
원예용 클레마티스꽃은 많이 봤었으나
이렇게 숲에서 만난
큰꽃으아리'꽃은 진짜 오랫만이었다.
큰꽃으아리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기슭 양지에서 자라는 낙엽덩굴나무로
흰색 또는 연한 노란색으로 꽃을 피운다.
큰꽃으아리 꽃말은 '고결, 당신의 마음'이다.
통도사로 들어가는 숲길 주변의
개울가에서 '정향나무'꽃을 만났다.
수수꽃다리속의 정향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꽃은 5월에 피며
주로 산기슭의 경사진 곳에서 서식한다.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만주이다.
통도사 숲길 주변의
개울가 한켠에서 피고 있었는데
향기는 그다지 강하지 않고 은은했다.
정향나무의 꽃말은 '위엄'이다.
통도사 일주문 앞에서 바라본
울창한 나무숲은 예쁜 연두빛이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통도사 경내에서 꽃이 피고 있는 '반송'이다.
흔히 송화라고 하는 소나무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뿌옇게 꽃가루가 날렸다.
송화가루 날리는 4월은
세상 전체가 뿌옇게 꽃가루가 날리는 것이
단점인지 장점인지 모를일이다.
그래도 송화가루로 만드는 송화다식은
어린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한과였다.
소나무꽃의 꽃말은 '불로장생'이다.
지난번 음력 3월 초하루에 갔을때는
딱 한 두송이 홍도화 꽃이 피었는데...
한달 후 4월 초하루에 갔었더니
홍도화꽃은 거의 지고 있었기에 아쉬워서
시든 꽃 중에서 몇송이를 찾아냈다.
통도사에서 암자로 가는 숲길에
불두화가 예쁘게 피고 있었으나
아직은 하얀꽃이 아니라 연두빛이었다.
초파일 쯤이면 하얀색으로 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는
맑은 새소리도 정겹게 들렸으며
생각보다 많은 꽃들이 피고 있었고
개울물 소리도 듣기 좋아서
혼자서 사색하기에는 딱 좋은 숲길이다.
암자 마당가에 하얀 모란꽃이
거의 시들고 있으면서도
몇송이 남아 있어서 고맙기도 했다.
연두빛 불두화가 하얀색이 될때쯤이면
아마도 하얀 모란은
흔적없이 사라져서 모습도 없을 것 같다.
담장가의 분홍색 모란도
한낮의 24도...
뜨거운 열기에 시든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예쁘기만 했다.
모란인지 작약인지 구분이 헷갈렸으나
아직 암자에는 작약은 보이지 않고
거의 끝물인 모란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모란은 작약과의 낙엽관목으로
꽃말은 '부귀, 왕자의 품격'이다.
암자 마당가에는
아직 할미꽃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피고 지고 또 사그러지고...
그러면서 아쉬운 봄날은 사라질 것 같다.
올해는 암자에서 붓꽃을 처음 만났다.
집 주변에는아직 피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붓꽃도 해안가 보다는
숲에서 빨리 개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둥근 형태의 꽃 모습이
부처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불두화(佛頭花)라고 불렀다고 한다.
꽃말은 '은혜, 베품'이다.
한달 전, 음력 3월 초하루에는 보이지 않던
통도사 암자로 가는 숲길 데크길이 생겼다.
언뜻 그때는 한참 공사중인 것 같았다.
통도사 설선당 뒷길 개울가 부터
보타암을 거쳐서 취운암 뜰앞 까지 연결되는
아름다운 데크길이 생겼다는 것이므로
또하나의 통도사 숲길 걷기가 더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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