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날의 이맘때, 절집으로 가는 길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감동 그 자체였다.
산등성이는 모두 연두빛이고, 가끔씩 붉으스름한 꽃들이 연출되는 풍경은...
아마도 일년 중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풍경이 4월인데
그런 예쁜 4월이 한편으로는 해마다 서글프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연등 접수하러 절집에 갔었지만 대웅전에 달아야 하는 붉은 연등이 아니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명부전에 하얀 연등을 달아야 하는 것도 서글픔이건만
우리집 아저씨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기에
암자 주변의 그곳 숲으로 성묘 가는 길도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
겨울 내내 삭막하고 춥다는 이유로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그 적막한 숲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었기에
진달래가 피는 봄날에 겨울동안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 가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산불의 화마가 장안사를 위기에 처하게 하면서
장안사 주변의 산쪽으로는
당분간 산행을 자제하라는 수없이 날아드는 안전문자 메세지 때문에
한달 남짓을 아예 가보지 못한채 이제서 겸사겸사 다녀오게 되었다.
그 숲으로 가는 길은 호젓하다 못해 너무 쓸쓸한 산길이었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산꿩소리도 듣기 좋았고, 계곡의 물소리도 들어줄만 했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그 숲 주변의 작은 암자는
어쩜 그렇게 예쁜 꽃으로 화사하게 잘 가꿔놓게 되었는지?
이곳이 극락이 아닌가 할 만큼, 아름다워서 어느새 발걸음은 암자 경내로 들어섰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으로 가려면
작은 암자를 지나쳐야 했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숲길로 걸어서 25분...
그 끝자락의 깊은산 중턱에 있는 암자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복사꽃을 닮은 붉은 꽃은 정말 화사했다.
복사꽃인가 했더니 풀또기라고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만첩 풀또기가 아닌
이런 풀또기 꽃도 있었는가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그 숲에서 성묘를 마치고
암자가 올려다 보이는 곳의
나무 밑 평상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다보니
산속에 파묻힌 암자가 너무 예뻐 보였다.
암자로 오르는 길목에 누군가 놓아둔
쉼터 같은 평상은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화사한 극락세계 ,무릉도원...등등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발길은 어느새 암자 입구로 들어섰다
연분홍빛 동백꽃 마져도
다른 곳에서 피는 동백꽃보다
훨씬 더 예뻐보인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어쩌다 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
만병초꽃이 정말 예쁘게 피어서
암자 마당가를 진짜 화사하게 했다.
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일본이었다.
만병초의 꽃말은 '위엄, 존엄'이다.
아그배나무꽃도 제법 예쁘게 피고 있었다.
아그배나무 꽃말은 '온화'였다.
올해는 가는 곳마다
화사하게 피고 있는 팥꽃나무를 볼 수 있었다.
팥꽃나무가 화사하고 예뻐서
정원수로 인기있는 꽃나무였나 생각되었다.
암자 경내의 정원에는
박태기나무꽃도 한몫을 했다.
밥을 튀겨놓은 밥티기를 닮았다 하여
박태기나무라고 하였고
꽃봉오리가 구슬을 닮았다고 하여
북한에서는 구슬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요사채 입구에도 박태기나무꽃은
화사함 그 자체였다.
박태기나무 꽃말은 '우정, 의혹'이라고 한다.
튤립꽃 색깔이 어찌 그리 예쁜지?
빨강색의 튤립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다.
예로부터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빨강 튤립을 선물 한다고 했다.
암자 뒷곁으로 가봤더니
만첩 능수 벚꽃이 흐드러졌다.
처음 보는 꽃이라서
꽃을 가꾸고 있는 노보살님께
여쭸더니 꽃이름을 가르쳐 주셨다.
암자는 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듯...
산 능선 건너, 건너 저쪽의 대운산 산불이
진화되지 않았다면 이곳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수사해당화 꽃은
갑자기 닥친 4월 추위에 멈춤했다고..
꽃을 가꾸시는 노보살님이 아쉬워했다.
산속이라서 그런지 날씨는 으스스 추웠다.
꽃잔디 꽃이 참 예쁘게 피고 있었다.
암자에는 만첩 홍도화 꽃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암자 풍경이 더욱 화사한 이유가 된 것 처럼
연두빛 초목들과 너무 잘 어우러졌다.
연못가에는 겹벚꽃이 피고 있었다.
산속 암자의 겹벚꽃이라서인지
다른 곳 보다 더욱 예뻐보였다.
겹벚꽃의 꽃말은
단아함 ,정숙, 수줍음'이다.
암자 연못가에서 올려다본 암자 풍경이다.
연분홍빛 꽃들과 연두빛 초목들
그리고 고풍스런 절집이
모두 한폭의 멋진 그림이 된듯...
되돌아서 산을 내려가야 하건만
자꾸 아쉽기만 했던
암자에서의 시간들은 즐겁기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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