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서 약간의 기온변화가 있어서인지
단풍이 예쁘게 물들면서 걷기운동 하는 것이 지루하지가 않았다.
주머니속의 폰 때문에 이제는 완전히 사진 중독자가 되다보니
집밖으로 나가면 사진 찍는 일이 우선 먼저라는 것이 우습지도 않았다.
다른 지방에서는 단풍을 떨군 앙상한 나목들이
초겨울을 쓸쓸하게 하고 있을텐데...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이제서 예뻐지는 단풍들과 화사하게 피고 있는 애기동백꽃 덕분에
늦가을과 봄날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이 된듯 했다.
1980년 5월 초에 가깝게 지내던 이웃 친구가 어머니 생신이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인 전라도 광주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갔었다.
2박3일로 다녀온다던 친구는 한달이 넘도록 전화도 없었고 소식불통이었다.
너무도 궁금했으나 집에 내려갔으니까 별일이 있겠나 하면서
잊고 있었더니 한달만에 나타난 친구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돌아왔을 당시 까지 말문이 막혔던 친구가 이틀만에 입을 열었는데...
그 친구의 친척들이 계엄군에게 무차별하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무서워서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그동안 계엄군들이 광주 도심 밖으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막았기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 였다.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끔찍했던 그 때의 상황들을
친구 통해서 들었던 것이 세월이 어느 만큼 흘렀어도
그런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없을 만큼 무서운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때의 참혹했던 광주를 다시 생각나게 한 것은 어젯밤 TV를 지켜보면서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공포와 불안감이었다.
몇시간이 지나서 불안은 해소되었으나
TV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는 그런대로 평온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했었다.
우울한 마음으로 걷기운동 나갔더니 곳곳의 단풍모드는 모두 화사함이었다.
아파트 주변을 한바퀴만 돌았는데
단풍놀이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예쁜 모습이다.
12월의 단풍....
때늦은 단풍이라고 누군가 한마디 하겠지만
이곳은 이제 부터 시작이었다.
늦은 오후에만 걷기운동을 나가다보니
단풍을 보면서 감성놀이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곧 해가 지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는 곳곳에서
단풍놀이 할 만큼 예쁜 모습이었다.
다른 지방의 단풍 들었을때
엄청 부러워 했건만 ...
때늦은 예쁜 단풍도 봐줄만 했다.
아파트 화단의 산딸나무 단풍이다.
5월에 하얀 꽃을 피웠고
9월에는 빨간 열매
그리고 12월에는 예쁜 단풍으로 마무리 했다.
늦은 오후 그늘진 곳 때문인지
노란 은행나무가 빛이 없었다.
그러나 그 옆의 작은 틈새로 보여지는
햇빛이 있는 곳의
메타쉐콰이어 단풍은 아름답기만 했다.
진짜 샛노란 은행잎이었다.
지난번 서울 여행에서 은행잎을
못봤던 것이 엄청 아쉬움이었는데
12월에 집 앞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이 웬지 우습기만 했다.
은행잎이 제법
절정으로 물드는 요즘 이곳 풍경이다.
어느 공원에 서있는 은행나무는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듯 샛노란색은 아니었다.
우리아파트 공원의 은행나무는
바람 때문에 이런 모습이다
바람골이라고 별명이 붙은 아파트라서
단풍 물들 새가 없이 거의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의 기온은 12월이 아니라
늦가을 11월이다
그러다보니 애기동백꽃은 절정으로 피고 있다.
아마도 11월 보다는 12월이
더욱 절정으로 피지 않을까, 생각된다.
애기동백꽂은
화사했으나 향기는 밋밋했다.
메타쉐콰이어 단풍도 절정인 요즘인데
집 주변의 골프장 울타리가
아주 빨간 모습으로 예뻐지고 있었다.
도로 건너 이쪽에서 사진을 찍어본
집 주변의 골프장 울타리가 멋져보였다.
한그루의 상수리 나무가 이렇게 우람했다.
다른 나무에 비해서
단풍은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았으나
우람한 거대 고목의 만추풍경이라서
사진을 찍어봤다.
멀리서 봤을 때는
하얀 애기동백꽃인줄 알았는데
일부러 가봤더니
그다지 예쁜 색깔은 아니었다.
연분홍 색깔의 애기동백꽃
아파트 입구의 감나무에서
직박구리 녀석이 열심히 감을 먹고 있었다.
맛있는 홍시가 되었을 때만
입을 대는 새들도 감 맛을 아는 것 같다.
아파트 입구의 감나무는 순전히 새들의 몫이다.
어떤 욕심 많은 사람이 몰래 감을 따가지 않을까?
모두들 한마디 하면서 감나무를 지켜봤는데...
올해는 감풍년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손을 대지않았다.
아파트 주변의 새들이 추운 겨울 내내
절대로 배고프지는 않을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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