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습관처럼 가족과 함께 떠나는 늦가을 여행이었는데...
올해는 그 여행에 행운이 듬쁙 들어있는듯한 느낌이 좋기만 했다.
제주 여행은 여행내내 날씨가 좋기만 했었고 추위도 적당했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돌아온 서울은 약간 추웠지만 그 정도는 견딜만했다.
6일 전 부터 예매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꼭 가보고 싶었던 창덕궁 낙선재와 후원(비원)을
당일날 표를 구해서 들어갔다는 것만도 진짜 획기적이었는데...
그 곳에서의 환상적인 만추 풍경은
아마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었다.
그렇게 감동을 누렸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인지
아직은 11월이었으나 서울에 머무는 동안에
눈이 내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염불을 외우듯 중얼 중얼거렸더니
선물 같은 진짜 눈이 내려줬고, 그 눈은 올해의 첫눈이었으며 폭설이었다.
서울에 11월 기준으로 내린 첫눈은117년만에 내린 폭설이라고 했으나
내가 봤던 그 멋진 풍경들은 폭설이 아닌 멋진 설국이었다.
눈이 너무 내려서 더 머물고 싶은 멋진 세상이었으나
치과병원 예약 때문에 어쩔수없이 되돌아서야만 했던 아쉬움이었건만....
눈이 쌓여서 걷기도 힘든 서울을 떠나서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세상은
표현이 안될 만큼 '멋짐' 오직 그것뿐인 아름다운 설국 세상이었다.
새벽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날이 밝자마자 창문을 열어봤더니
뒷산의 하얀눈이 상고대 피듯 예뻤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게된 눈인지?
12년만에 보는 눈이라서 감동 그 자체였다.
아파트 8층에서 바라본 뒷산 데크 길은
벌써 사람들의 발자국이 눈에 띄었다.
12년 전에 눈꽃 구경 하려고
부산에 살면서 남덕유산을 산행 했었다.
그리고는 그 후
눈이 내리지 않는 멋없는 세상에서의 설경은
그림의 떡이었건만
이번 여행 뒷끝에 서울에 머물면서
완전하게 대박을 만난 것 같았다.
이른 아침 7시
아파트 8층에서 바라본 풍경은 진짜 멋졌다.
서울에서 첫눈이었고...
부산 사는 내게는 너무 귀한 눈이었기에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녹아 내릴까봐
뒷산으로 눈 구경을 나가봤다,
어디가 어디인지 눈속에 파묻힌 길은
분간하기 어려웠으나
설레이는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숲을 향했다.
산으로 오르는 길...
데크 길은 많이 미끄러웠지만
들뜬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눈길을 걸을 수 있다니
그냥 꿈만 같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숲 데크길이 약간 두려웠으나
겁없이 그냥 걸었다.
환상적인 멋스러움이 이런 것인가
데크 길을 걸어가면서도 꿈속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려니 생각 될 것 같은..
진짜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예전에 겨울만 되면 눈을 보기위해
강원도로 눈꽃산행을 떠났었다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태백산
그리고 남쪽으로 남덕유산 덕유산
민주지산 계룡산...
참으로 무던히도 다녔던 길인데...
이곳 숲길을 걸으니 옛생각이 간절했다.
이 길은 서울둘레길이며
은평 둘레길이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쉼터였던 곳도
눈이 쌓이니까 예쁘기만 했다.
그동안 단풍 위에 눈이 쌓이면 어떨까?
늘 상상력으로 생각해봤는데
이제는 그것마져도 궁금증이 풀렸다.
밋밋함 보다는 색깔이 있다는 것...
그래서 흰 세상 보다는 조금은 부드러웠다.
붉은 단풍 위의 하얀 눈이
많이 예쁠줄 알았던 상상이었는데
그다지 환상적은 아니었다.
부산이나 제주에는
곳곳에 국화꽃이 피어 있어서
눈이 내리면 그 풍경도 예쁠 것이지만
서울은 이렇다할 꽃이 없어서인지
조금 남아 있는 빨간 단풍을 상대로
눈이 내려앉은 예쁜 풍경을 눈여겨봤다.
아파트 입구의 노란단풍은
흰눈과 함께 그럴듯 했다.
진짜 예쁘기만 했다.
단풍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이었기에
더욱 예뻐 보일 것은 상상속의 풍경은
그다지.....그저 그랬다는 표현이었다.
여동생집 방에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설경도 멋져보였다.
주방 창문으로 보여지는 설경...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
행신역 대합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설경
엄청난 폭설로 인해서 열차 점검 때문에
18분 정도 지체되어
열차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이런저런 설경을 봤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열차 타고 가는 길
무서울 만큼 앞이 보이지 않게 퍼붓는 눈은
천안 아산역 까지는 엄청 긴장했었으나
청주 오송역 쯤 부터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어느곳은 하늘이 맑아서 햇볕 때문에
창문을 가림막으로 가린 곳도 있었으며
또 어느구간 까지는 비가 내렸던 긴 시간이었다.
무섭게 내리는 눈으로 인해
천천이 달려가면서 안전하게 운행된 열차는
종착역인 부산역에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었다.
그래도 눈이 많이 내리면서 설국세상이 되었지만
그런 열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바라본 하얀 세상도 진짜 멋졌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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