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설명절 쯤의 통도사 홍매화

nami2 2024. 2. 13. 22:42

설명절 전 후로 너무 많이 바쁘다보니  
정월 초하루였던 설명절에는 어쩔수 없이 절에 가는 것을 건너뛴채
오늘 정월 초나흘에 시간을 내어서  양산 통도사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동안 들쑥날쑥으로 은근한 추위가 꽃샘추위인줄 알았었지만...
명절이 지난 후에는 날씨마져 평온해진듯
오늘의 한낮 기온은 영상 15도였다.
바람 한점없이 포근했던 날은 특별 보너스를 받은 것 처럼
그냥 전형적인 이른 봄날 그 자체였음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해마다 늘 그랬듯이 설명절이 되면 으례히 통도사 홍매화가 생각났다.
얼마나 꽃이 피었을까 ?
아직도 꽃봉오리인채 설을 맞이했을까?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일주문을 들어서면서도 생각은 온통 홍매화뿐이었다.

집주변에는 이미 1월 중순 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했었지만
그래도 산 속 깊은 곳의 홍매화는...?
그런데 연분홍 색깔의 통도사 홍매화는 사람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20여년을  변함없이 다녔던 통도사였지만
언제나 늘 한결 같은 마음은
일주문 주변은 '너무 아름답다'였다.

정월 초나흘의 통도사 일주문 앞은
겨울이었지만 여전히 분위기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통도사 불이문 앞에서 바라본
경내 전경은 대웅전과 관음전이다.

통도사 역대조사의 진영을 모신

영각(影閣) 앞의 홍매화는 올해도 여전 했다.

통도사 370년 된 홍매화는 연분홍색 홑꽃으로
통도사 영각 앞에서 화사하게 꽃이 피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피고
가장 오래도록 꽃이 피는 매화로 알려졌다.

양력 1월 중순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날 3월 까지도
꽃이 머물고 있는 모습을 봤었기 때문에
늘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은 50% 밖에 꽃이 피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는 표현뿐이었다.
좀 더 화사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으나
지금도  만족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활짝 꽃이 핀 홍매화 보다는
이 정도의 꽃... 진짜 예뻤다.

통도사 자장매화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서
자장매(慈裝梅)라고  불린다.

임진 왜란 후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는
먼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1643년 (인조23년)이후
참회하는 마음으로 역대 조사의
진영을 모실 영각(影閣)을 건립했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자
영각 앞에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서
해마다 섣달 납월에 연분홍 꽃이 피어서
사람들은 이것을
자장율사의 이심전심이라 믿었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가
뼈속 까지 사무칠때 향이 더욱 짙어진다"
그 특성이 수행자의 구도행과 닮았다고...
자장스님의 지계정신을 표현한다고 해서
이를 자장매화(慈裝梅花)라고 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연분홍 홍매화의 아름다움이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 처럼 보여졌다.

활짝 핀 홍매화의 짙은 향기 때문인지
꿀벌들의 바쁜 움직임은...
지금은 분명 음력 정월 초나흘,겨울인데
꿀벌들도 향기 찾아 날아든듯 했다.

아직 만개한 꽃은 50% 정도이니까
아마도 계속해서 꽃이 필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꽃이 피는 봄날인 3월까지...

통도사  종무소 담장 너머로
삼지닥 나무가 보여졌다.
아직은 어설픈 꽃봉오리였지만
다음달 초하루에는 활짝 핀
삼지닥나무 노란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통도사 암자로 가는 길목의
개울가를 서성거렸더니
버들강아지가 통통하게 피어있었다.

버들강아지라고 하는 갯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양지 바른 냇가에서 흔히 자라며
나무 가지가 많이 생기고, 추위에 잘 견뎌
물가나 산울타리에 심으면 좋다고 한다.

버들강이지의 꽃말은
친절, 자유, 포근한 사랑이라고 한다.

겨울 끝자락의 날씨가 너무 포근해서
통도사 개울가 옆, 숲그늘의 벤치에 앉아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그 옆자리에 꼽사리 껴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통도사 풍경은
오늘도 역시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음 속 까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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