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치자꽃

nami2 2010. 6. 22. 23:56

        이른 아침 산책 길에 달콤한 향기가  코 끝을 자극했다.

        매화향보다 더 은은하고 달콤한

        목련향보다 진한,인동초 향기보다 더 달콤한 향기를 쫒아 가보니 어느집 대문 앞이었다.

        좁은 골목길 막다른 곳에  꼭 바람개비처럼 하얀 꽃잎이 푸른 잎사귀 위에 활짝 펼쳐 있었다.

        꽃잎을 세어보니 여섯개의 하얀 꽃잎! 

        그것은 치자꽃이었다. 

                하얀 바람개비의 한가운데, 노란 리본이 박혀 있는 것 같은

                꽃술에서 그렇게 달콤한 꽃 향기가 나오는 것인가 자꾸만 들여다 보았다.

             꽃은 6~7월에 피고,흰색이다.

             시간이 지나면 노란빛이 나는 흰색으로 변하며 가지끝에 1개씩 달린다.

             열매는 9월에 누런 붉은색으로 익으며 불면증, 황달 치료에 쓴다.

         음식물에 노란 물을 들이는 '치자' 열매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운다는 것에 약간의 놀라움이 있었다.

         꽃과 열매가 조화가 맞지 않는다.  

         관상용 화분으로 시판 되는 '꽃치자'는 장미 모양의 아름다운 꽃이다.

                                                     문득 치자꽃 설화라는 박규리님의 시가 생각났다.                                      

      

               치자꽃 설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가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 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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