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처서가 지난, 늦여름 날에

nami2 2023. 8. 24. 22:32

하루종일 멈춤했다가 줄기차게 쏟아지기를 반복하는 빗줄기 덕분에
폭염의 불볕더위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다.
처서가 지났으니 무더위도 이제 그만 물러갈 때가 되었거늘...
초저녁 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에서
다소나마 가을이 왔음을 실감해본다.

가을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은
해마다 이맘때면 늘 마음속에서 염원하는 애틋함이지만
올해는 유별나게도 여름 끝자락 까지 폭염은 계속 되는 것 같았다.

밀림처럼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잡초더미 속에서
그래도 가을꽃이 하나 둘 피고 있었음은
자연의 순리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듯...
또한 가끔씩 아주 가끔씩 불어오는
가을 소식을 전해주는 소슬바람에서 다소나마 위로를 받는 요즘이다.

늦여름 꽃인지, 초가을 꽃인지는 가늠이 안되는 꽃이지만
예쁜 모습으로 피고 있는 '꽃범의꼬리'가
이곳 저곳에서 자꾸만 눈에 띄었다.

꽃범의꼬리는
꽃이 핀 모양이 범의 꼬리를 닮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범의 꼬리는 쌍떡잎 식물의 꿀풀과 여러해살이 풀이며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그곳에서는 꽃이름을 '피소스테리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꽃말은 '강건한 영혼'이다.

텃밭 주변에서 골치 아프게 자생하는 '쇠비름'은
잎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마치현이라고 부르며
돼지풀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요즘 제법 예쁜 꽃이 피고 있었다.

쇠비름의 꽃은 진짜 눈꼽만 할 만큼 작은 꽃인데 예뻤다.

 

쇠비름의 즙에는 점성이 약간 있는데
옛부터 쇠비름을 찧어 천연 썬크림이나
햇빛에 의한 화상치료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텃밭 한켠에 생각치도 않은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와서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르나
풀이 너무 무성해서 접근조차 못했던 풀숲에서
이렇게 예쁜 모습의 꽃을 피고 있었음이 신기하기만 했다.

폭염 탓인지, 꽃이 핀지 며칠만에 시들어가고 있었는데
오늘 내리는 비 덕분에 조금은 싱싱해 보였다.

흠뻑 비를 맞은 모습이 더욱 청초해 보였다.

 

폭염속에도 예쁘게 피고 있는 '유홍초'가 앙증맞을 만큼 예뻤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유홍초의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워'라고 한다.

엊그제 새벽에

텃밭 가는 길에서 만났던 자목련의 꽃봉오리가
참으로  탐스럽게 예뻐보였다.

며칠동안 잊고 있었다가  오늘에서 생각이 났기에 가봤더니
자목련은 비를  흠뻑 맞고 이런 모습이 되어 있었다.

꽃은 활짝 피었지만 폭염에 탈색이 된듯....
한여름에 꽃을 피우는 자목련이 계산 착오 한 것 같았다.

                   석잠풀꽃

여름이 끝나갈 무렵인데
가을 마중을 하고 있는듯한 추명국이 어느새 예쁜 꽃을 피웠다.

추명국(秋明菊)은
이름에 국화(菊)가 들어가지만
아네모네(바람꽃) 속의 식물이라고 한다.

추명국을 대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추명국은 가을을 밝게 하는 꽃이고
대상화는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고 하니까
어째튼 가을꽃임에는 틀림이 없는 꽃인 것 같다.

추명국은 쌍떡잎 식물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학명은 대상화라고 하며
추명국의 꽃말은
시들어가는 사랑, 희미한 사랑이라고 했다.

코스모스는 가을꽃이다.
가을꽃이 피는 들길은 평온함이 찾아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떤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서 건드렸는지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꽃을 피운 코스모스가 애처롭기만 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다가 잠시 주춤 하길래
걷기운동겸 들길을 한바퀴 했다.
산등성이에는 물안개가 희끗거렸고
들판에는 때늦은 도라지꽃이 이제 한참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냥  평화스러운 풍경이라면서 분위기에 빠져보려고 했거늘...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그런 감성 접어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들길을 빠져나갔으나
어찌나 세찬 소나기였는지  
찰나의 순간 처럼  잠깐만에 옷을 흠뻑 적시게 되었다.

텃밭에서 땀으로 목욕을 하지 않나?
들길에서 빗물을 흠뻑 뒤집어 쓰지를 않나?
늦여름은

이래저래 땀과 빗물에게 곤혹을 당하는 계절이었나, 쓴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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