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이른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꽃

nami2 2023. 7. 27. 22:27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불볕더위는 밤낮의 구별없이 여름날의 무법자가 된 것 같았다.
한밤중의 열대야는 밤새도록 사라질줄 모르는데
그래도 이른 아침의 들길은 흠뻑 내려앉은 이슬방울 때문인지
서늘한 기운으로 부담없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뿌옇게 낀 자욱한 안개와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방울은
이른 아침의 분위기도 좋았기에

텃밭 가는 것을 핑계로 덕분에 산책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오전 9시가 지나면 이른 아침시간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세상 무서운 것이 없는 무법자 처럼 날뛰는 불볕더위의 오만함에
그늘을 찾아서 숨어버려야 하는

가엾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우습기만 했다.

예고없이  찾아온 폭염 때문인지
무궁화 꽃 외에는 절대로 눈에 띄지 않는 요즘 꽃들인데
그래도 이른 아침 들길에서
행운 처럼 만날 수 있는 꽃들이 있다는 것이 그냥 반갑기만 했다.

텃밭 앞의 이웃집 울타리 너머로 보여지는 빨간 꽃은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것 같았다.
한개의 꽃송이가  어린아이의 얼굴만 한 것이 신기하고 예뻤다.
긴가민가, 알듯말듯 해서
꽃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부용화'라고 했다.

접시꽃을 닮았고, 무궁화도 닮았으며, 금화규도 닮은 것 같았다.

 

부용화는 꽃송이도 컸지만
꽃봉오리도 컸고
꽃이 진 모습도 꽤나 커보였다.

부용화는 아욱과의 낙엽관목으로  
여러해살이풀이며, 중국이 원산지라고 한다.

 

부용 잎은 부용엽, 부용의 뿌리는 부용근
꽃은 부용화라고 하여, 모두 약재로 쓰이는데
꽃이 워낙 크고 예뻐서 바라볼 때마다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꽃이다.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철조망 울타리를 타고 끝도없이 넝쿨이 뻗어가는 '계요등 '꽃이

이제는 나무를 타고  나무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예술적으로 멋지게 보여졌다.

 

장마가 끝난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싱그럽고 예쁘기만 했다.
계요등의 꽃말은 '지혜로움'이다.

사위질빵꽃의 꽃말은 '비웃음'이라고 한다.

텃밭에 씨를 뿌려놓은 채송화는
주로 한낮 11시쯤에 꽃을 피우는데
어쩐일인지 오전 8시에 꽃을 피워줘서
우리텃밭의 채송화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이른 아침 6시에 밭에 갔다가

늦어도 오전 9시에는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동안 채송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이유였다.

들판에 동부콩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꽃이 없는 계절이기 때문인지
콩꽃도 참 예쁘게 보여졌다.

콩 꼬투리가 이런 모습이었다.
긴 콩... 예전에 봤던 기억이 있었다.

작은 리본 처럼 생긴 꽃이 참 예쁘기만 했다.

 

노란콩꽃이 신기해보였다.
작고 앙증맞게 예뻤다.
녹두꽃...처음 보는 꽃이었다.

밭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집안에 나이드신 어르신이 녹두죽을 좋아하셔서
일부러  녹두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덕분에 녹두꽃을 보게 되었다.

 

우리 텃밭의 봉숭아꽃은
날이 갈수록 풍성해져가고 있다.
이곳 저곳 잡초 처럼 자라나는 봉숭아는
지루한 여름날에
눈요기를 제대로 시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빨강색의 봉숭아꽃은

손톱에 물을 들이면 제대로 예쁜 색이 나올텐데
손톱에 물 들이는 것도
어머니가 손가락을  싸매주실때,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생각치도 앉았던 국화꽃이 점점 노란색으로 피고 있었다.
꽃을 피어야 하는 시기를 잊은듯 하다.

텃밭의 산나물밭에서  피기 시작하던 상사화는
자꾸만 꽃송이가 늘어나는 것 같았다.
풀 숲에서의 요염한 자태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날수가 없어서
이른봄에는 잎이 무성했고

어느 순간에 잎이 흔적없이 몽땅 사라지더니
여름날 풀밭에서 우뚝 꽃대가 올라와서 꽃을 피웠다.

꽃의 요정 같은 모습도 예쁜데, 은은한 꽃향기도 일품이었다. 
꽃말은 '기대,  순결한 사랑'이다.

집 주변에 배롱나무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떠는 것이
혹시 배롱나무 꽃 때문이 아닌가 할 정도로
폭염속에서 더위를 즐기는 꽃 처럼 보여졌다.
꼬박 100일....
백일 동안에 꽃이 피었다가 지면, 가을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배롱나무꽃을 보면서 가을바람이 불어 올 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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