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지루한 늦여름의 예쁜 꽃들

nami2 2023. 8. 30. 22:35

해마다 이맘때는 그다지 덥지 않았음을 기억해본다.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였기에, 8월15일만 지나면

한낮에만 더울뿐,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다는 표현이었는데
그러나 올해의 늦더위는 끝이 없는 것 같았다.

9월이 코 앞인데, 한낮도 한밤중에도 기온은 거의 평행선이다.

늦은 오후 6시에 걷기운동을 나갔는데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였으며
바람 한점없이 더워서 옷을 흠뻑 적실 만큼 땀을 흘렸다.
왜 이렇게 늦더위가 기승을 떠는 것인지는
물론 태풍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우중충한 날씨에 바람마져 숨죽이는 여름날의 끝은
언제쯤이 될런지 아무래도 정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늘상 걸어야 하는 시골길과 들길...
아파트가 소도시의 산자락 밑에 있다보니
거의 전원생활을  하듯
어찌보면 다람쥐 체바퀴 도는 것 처럼, 반복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보여지는 이런저런 꽃들이
계절의 흐름을 잘 말해주는것 같았다.

여름 끝이며 가을의 시작을 시시각각 눈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일부러 꽃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면,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이 고맙긴 했다.

요즘 들길이나 시골동네 곳곳에는 끝도 없이 넝쿨이 뻗어가는

하얀꽃이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것 처럼 보여졌다.
세상에 저럴수가 있을까 하면서도
사진을 찍게 되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 모습은 예뻤지만
넝쿨에 휘감기는 모든 사물들은 민폐가 분명했다.
그래서  어이없다고 사진 찍어보고
또 어찌보면 멋있어서 사진찍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혼자보기 아까워서

또 사진으로 자랑 아닌 자랑 까지  해보게 된다.

넝쿨로 아무것이나 휘감는 식물의 정체는 사위질빵꽃이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덩굴식물이며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사위질빵꽃의 꽃말은 '비웃음'이다.

얼마나 넝쿨이 뻗어가면서  주변을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지
꽃말 자체가 잘 어울리는것 같았다.

그래도 길 위에서 걷기 할 때 꽃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되는 못된 습성이 우습기만 했다.

 

그래도 어떤 때는

꽃의 모습이 멋져보여서 사진 찍을 때도 있었다.            

어느 빈집 지붕을 점령한  사위질빵꽃들

더러는 요렇게 차분하게 꽃이 필 때는 예쁘게 봐줄때도 있다.

시골동네 과수원 길을 지나다보니
어쩌다가 일년에 딱 한번

눈에 띄게 되는 시계꽃을 만나게 되었다.
꽃이 없는 계절에  웬 대박....!!  

볼수록 신기하고 예쁜 꽃이다.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시계꽃은 다년생 덩굴식물이며
원산지는 브라질이고
남미 지방에 400여종이 있으며
하려하고 독특한 꽃으로 주목을 끈다고 했다.
시계꽃의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 믿음'이라고 한다.

구기자나무 꽃이 피기시작했다.
늦여름꽃인지, 가을꽃인지  구분이 안되지만
앙증맞고  예쁜 모습에서 가을을 보는 것 같았다.

 

꽃이 피었다가 꽃이 지는 모습이 특이했다.

살아있는 꽃과 죽어가는 꽃도 선명하게 예뻤다.

 

가지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마을 근처 둑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구기자나무 꽃의 꽃말은 '희생'이라고 한다.

늦은 저녁 부터 아침 까지
어두울때 꽃이 피는  분꽃은 한해살이풀이며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였고
꽃말은 '소심 ,수줍음'이라고 한다.

늦은 오후 6시쯤이 되니까

분꽃은 화사하고  아주 예쁘게 꽃이 피어 있었다.

 

이런 모습의 분꽃은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하며
사진중독증이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늦은 오후에 산책 할 때마다 자꾸 사진을 찍게  만든다.

아직은 푸르스름한 모과가 대부분이었지만, 돌연변이 하듯...
늦여름에 모과가 노랗게 익어가는 것도 있었다.
설마 이런 모습도 태풍 영향은 아니겠지

 

애써 변명을 해보면서
익어가는 모과가 정상적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일그러진 모과의 모습은 비정상적일지언정

향긋한 모과향이 있었기에

조금 일찍 가을을 맞이한 성급한 모과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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