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산사에 찾아든 봄의 전령사

nami2 2023. 1. 25. 22:25

어제 오후 부터, 오늘 아침 까지 이곳의 기온은 영하13도 였으며
하루종일 영하 4~6도에 머물렀다.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이기에
설명절이 지나면 곧바로 봄소식이 전해지는데...
봄이오는 길목에서 동장군의 횡포는 이곳도 빼놓지는 않았다.

 

눈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인색하게 굴더니만
맹추위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왕따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우스웠다.

전국적으로 찾아든 엄동설한 속에 함께 동참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날씨가 추웠어도 걷기운동은 하루도 멈출수가 없어서  따뜻함으로  
완전무장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추운날, 밖에 나가서 가장 먼저 눈여겨 볼 것들은  

공원길이나  시골동네, 들판의 과수원길에 있는  매실나무에
잔뜩 부풀어  오르고 있는 매화의 꽃봉오리들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추웠던, 지난밤을 무사히 보냈는지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예쁜 꽃봉오리들이 정말 염려스러웠다.

걷기운동 핑계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매실나무  주변을 점검했더니 영하13도의 기온에도

예쁘게 피어 있는 꽃들은 끄떡 없었음에 고맙기 까지 했다.
오히려 노랗게 꽃망울을 펼치려 하는 산수유 까지
추위를 무릅쓰고 ,봄의 전령사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오늘 공원길에서 활짝 핀 '만첩 백매화'를 살펴보러 나가보았다
혹시 강추위에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인데...
추위와는 상관없는듯, 얼마나 반가웠는지
매향 까지 풍기면서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고귀해 보였다.

 

수변공원 옆의 '청매화'도
한껏 부풀은 꽃봉오리와 함께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공원길의 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추위와는 상관없다는 듯...
용감했고, 반가웠고, 아름다워 보였다.

곧 꽃망울이 노랗게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였기에

너무 반가워서 추위 까지 잊게 했다.

엊그제 다녀온 통도사 일주문 주변이
개울물에 반영된 풍경은
추운 겨울날에도 혼자 보기 아까운 참 멋진 모습이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연분홍 매화를 만났다.
날씨는 추웠지만

봄소식을 전하는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치는듯 했다.

보물 찾기 하듯...
천천히 숲길을 산책하면서  활짝 핀 매화를 찾아보는 것도

지루하지 않은  큰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힘차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서도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

 

그러나 하룻새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개울물이 꽁꽁 얼어 붙어서 빙판이 되었을 것을 상상해본다.

겨울나무들이  개울가에 반영된 모습도
그다지 쓸쓸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어디선가 날아드는 매화 향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끈한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본  통도사 경내에는

때가 때인지라

정월 초이튿날인데도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정초에 부처님께 기도하는 참배객들은 말그대로 인산인해...

하루종일 주차장은 붐볐고,  통도사 도로는 계속 정체 상태였다.

 

통도사에 가면 늘 걷는
암자로 가는 길에도 다른 때보다 훨씬, 새소리가 맑게 들려왔다.

얼음이 얼었던 개울물 소리도 듣기 좋았다.
추운 것 보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숲길이었다.

정월 초이튿날이어서
법당에서 부처님을 뵙고 나오는 길에
법당 안에서 바라본 영취산 풍경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암자 뒷곁에  모셔진 부처님께
합장을 해본다 ()

눈을 크게 떠보니
암자 마당가의 매실나무에도 홍매화가 하나 둘 보여졌다.
피어나는 꽃을 찾는 즐거움이 설레임으로 바뀌어
봄을 마중하는 기분이었다.

서성거리면서 꽃망울속에서  찾아내는

빨간색 꽃송이들은 예뻤다.

지금은 몹시 추운 한겨울이었기에

피어나는 꽃송이들이 더욱 고귀했고  신기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무가지를 훑어보며 꽃송이를 찾아내는지도 모른다.

 

숲길 이곳 저곳에서 만나게 된 매화는
곧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였다

찾아온 매서운 추위에 주춤했다가
다시 예쁘게 꽃이 피어주길 기원해본다.

봄이 먼 곳에 있지않고, 아주 가까이에 있으니까...

 

매미소리 시끄럽게 들려왔던 여름날은

울창한  나무숲으로 푸르름이 아름다웠고

단풍이 물들은 가을날의 나무들도 참 보기 좋았는데
한겨울날에는 수묵화 같은...  

나목으로 또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통도사 일주문 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