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이른 봄날, 텃밭에 핀 꽃

nami2 2022. 3. 2. 21:40

그동안 얼마나 많이 추웠었는지

겨울내내 피고지던 동백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수난을 당했던 것은 2월의 꽃샘추위 때문이었다.

동해남부 해안가의 따뜻한 해풍도, 동장군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던 것 같았다.

3월이 되면서 바람은 차거웠지만, 한낮의 기온은 10~15도를 넘나들다보니 텃밭에서 할일은 많아졌으나

다른 해에 비하면 매화 외에는 꽃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유감스러웠다.

흔하게 피는 민들레꽃도 보이지 않았고, 노란 유채꽃이나 배추꽃도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음이

정말 2월의 추위가 맹추위였음을 실감해본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동백꽃이 절정으로 피는 계절인 3월을 잊지않고, 동백나무의 꽃망울이 다닥다닥 붉은 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활짝 핀 동백꽃도 예쁘지만, 붉으스름한 꽃망울도 매력적으로 예뻐 보였다.

 

텃밭 주변의 산수유나무의 노란꽃이 하루가 다르게 이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함은....

엊그제 까지만 해도 매화꽃 앞에서 사진 찍느라 자꾸만 서성이더니

이제 매화는 그냥 스쳐지나간채, 노란 산수유꽃 앞에서 카메라를 디밀며 관심있는 척을 해본다.

 

샛노란 산수유꽃 색깔이 자꾸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 같았다.

보고 또 봐도 예쁘기만한 샛노란 색깔 때문에

덩달아 산수유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텃밭  주변의 이곳저곳에서 노란 산수유꽃이 피어나니까, 마음은 싱숭생숭이었다.

흙먼지 날리는  밭에서 호미자루와 씨름을 한다는 것이 약간은 따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풀과 냉이가 뒤섞인 밭에서 냉이를 골라내는 것도 지루함이 해소되기는 했다.

그러나 극심한 겨울 가뭄과 추위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냉이를 캐지 못하다가

이제는 어쩔수없이 냉이를 잡초 취급하면서 한꺼번에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움이 되었다.

 

꽃대가 올라오는 냉이는

뿌리에 질긴 심이 박혀서 그것을 잘  손질하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모진 겨울을 차거운 땅속에서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꽃대가 올라오면서  나무 뿌리같은 심이 박혀서 그냥 잡초 취급 하려니까  마음속은 천근만근  자꾸만 무거워졌다.

 

평소에는 그냥 관심도 없는 잡초꽃이지만

꽃이 없는 계절에는 '개쑥갓' 이라는 꽃도 한번 정도 눈여겨보게 된다.

 

텃밭 옆의 묵정밭에 광대나물꽃이 꽃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붉은 색깔이 군락을 이뤄 놓으니 , 그 모습도 봐줄만 했다.

 

광대나물꽃의 꽃말은 '그리운 봄, 봄맞이'라고 한다.

 

광대나물은  식용이 가능한 꿀풀과에 속하는 이년생초이며, 북아메리카와 아시아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광대나물은 3월에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꽃이 없는 이른 봄에

아무곳에서나 화사하게 꽃이 피었으니, 잡초라고 했어도 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묵정밭에서

맘껏 꽃을 피워놓고, 예쁜 풍경을 만든다는 것은 '광대나물'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았다.

멀리서 스치듯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바라보면 앙증맞고 예쁘고 매력적인 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