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겨울풍경

nami2 2021. 1. 12. 22:17

추운날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걷기운동하러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뒹굴뒹굴 잠만 자는 것이 당연한 겨울철이기에

잔뜩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오라고 하는 곳은 없어도 갈곳은 많다는 것도 겨울철에는 어울리는 말뜻이 아닌 것 같다.

추운날에는 갈곳도 마땅치 않고, 걷는 것도 재미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사진찍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만, 한시간 이상 걷는다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아무것이나 사진을 찍어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겨울나무가 예뻐보였다.

 

약간은 겨울풍경을 위해서 그 누군가가 나뭇잎을 남겨놓은듯...

퇴색되어서 바스락 거려질 나뭇잎들이 예술품이 되어주었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멋진 그림을 그려놓았다.

 

400년 된 팽나무의

세월이 몸부림이 그대로 드러난 겨울풍경은 어찌보면 멋있고, 어찌보면 가련하게 보여졌다.

 

수변공원을 걸으면서 잠시 지루함을 메꿔보려고 앙상한 겨울나무들에게 안부를 여쭸다.

울퉁불퉁 뒤틀리고, 엉켜있어도 멋져보이는 모습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고목이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절대로 고사목은 되지 않기를 빌어본다.

 

어디선가 더운물이 솟아나오는 것은 아닌데, 개울물이 얼지 않았다.

작은 도랑가에도, 물이 고인 웅덩이도 모두 꽁꽁 얼었는데

오리들이 헤엄쳐 노는 개울가는  물이 얼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겨울철새 청둥오리

 

청둥오리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는 개울가에는 모두 암컷만 있었다.

숫컷의 모습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 그냥 의아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포구에는 청둥오리 숫컷이 제법 많았는데....

이곳은 어린 암컷오리들만 있다는 것이 자꾸만 궁금해졌다.

 

아왜나무 빨간 열매이다.

아왜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교목으로  제주도와 남쪽해안지대에 자라는 난대성 식물이다.

잎이 크고 두꺼우며, 윤기가 있고,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불에 버티는 힘이 강하여 방화수로도 유명한 나무라고 한다.

꽃말은 "지옥에 간 목사"

 

유난히 돋보이는 빨간 열매도 예쁘다기보다는 마냥 쓸쓸하게 보여지는 겨울날이다.
날씨가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해도 날씨는 영락없는 겨울인듯
들판이나 텃밭의 채소들은 회복할줄 모른채
완전한 얼음덩이가 되어 있는 삭막한 모습에 말문을 막히게 하는, 이곳은 따뜻한 남쪽지방인데

텃밭지기가 된지 5년.....

겨울철에도 채소를 뜯어먹던 것이 자랑삼은 이야기꺼리 였건만, 올해는 그것마져도 뜻대로 되지않는다.

여름철에는 긴 장마와 폭우, 초가을에는 몇번의 태풍으로 휩쓸고

김장채소가 물을 필요로 하는 가을에는 완전한 가뭄, 그리고 따뜻한 겨울이 사라진 혹독한 추위

이것들을 통털어서 완전한 자연재해를 겪었던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의 말못한 설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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