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따뜻한 날씨만 계속되었기에,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이라서 추위쯤은 그러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동장군이 찾아온듯, 영하 2~3도였던 날씨가 영하6도까지 내려갔다.
무리를 하면서 까지, 텃밭에서 배추를 뽑았던 어제의 일이 요즘 들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올 겨울 들어서 오늘이 가장 추운날인 것 같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거리 2,5단계로 격상 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 따뜻한 해안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영하 1도만 내려가도 바깥출입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추운날에 .....초하루라고 해서 통도사 다녀왔는데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나 하면서 옷을 허술하게 입고 갔다가 얼어 죽는줄 알았다.
응급처치로 편의점에 들어가서 붙이는 핫팩을 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한 하루였었다.
지난주에 다녀온 낙동강가의 황산공원 입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블방친구분들이 다녀온 사진을 본후
한번쯤은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리 쉽게 길을 나서지는 못했다.
그 흔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을때는 다녀오지 못하고
춥고, 삭막하고, 어정쩡한 겨울날에 어찌해서 다녀왔는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봄날을 기약하면서 ,쓸쓸한 공원길을 즐기면서 걸었다는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멀리 금정산 고당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변의 공원길은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강너머 저쪽은 김해이고, 이곳은 경남 양산 물금쯤인것 같았다.
몇년전만해도 낙동강 주변을 자주 돌아다녔는데
오랫만에 낙동강 바람을 쐬니 기분까지 최고인듯 했다.
억새의 흔적이 남아있는 낙동강변에 서니까
바닷가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김해 무척산 쯤이 아닌가 짐작을 했던, 강건너 산과 어울어지는 강변의 모습이 멋스러웠다.
추운 겨울날의 달맞이꽃속에서 먹이를 찾는 꿀벌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도 꽃조차 귀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라서 그냥 예뻤다.
뗏목 같은...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유스러웠다.
해안가에서는 볼수 없는 풍경이었기에....
가을에는 멋진 꽃밭이었을텐데....
삭막해진 공원의 풍경이 마냥 아쉽기만 했다.
왜 진작 가을에 오지 않았을까 후회를 쬐끔 해봤다.
살기위한 몸부림 같은 담쟁이 넝쿨은
소나무 껍질을 타고, 겨울내내 끝도없이 올라갈 것 같았다.
눈이 시리게 차거운 파란 하늘가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억새밭이 마음을 설레게 했건만
날씨는 가을날 처럼 시원하지 않았다.
추운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날의 공원은... 그저 아쉽기만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억새와 갈대의 장단점이 있는듯 했다.
억새, 그리고 갈대가 어우러진 황산공원의 멋진풍경이 겨울바람에 사그러지는 모습이 엿보였다.
띄엄띄엄 서있는 메타쉐콰이어의 붉은 단풍이 오히려 멋스러움을 잘 연출된 것 같았다.
문득, 일본 북해도의 나무들이 생각났다.
넓은 들판에 한 두그루의 나무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던것이 기억에 남았는데
이곳에서도 이런 풍경이 정말 멋져 보였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쉼없이 걸어보고 싶은 길이었다.
발바닥이 화끈거릴때 까지 걸어보고 싶은, 겨울날의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길이었다.
태어날때 부터 쓸쓸함에 익숙했던 사람처럼
쓸쓸한 풍경들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한 눈에 반해버린 황산공원의 겨울풍경이 좋았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얼마나 걸었는지
호포역에 도착했을때는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졌다.
22,000보 정도 걸었던 것으로, 폰에 기록이 되어 있었다.
삭막함이 잘 정돈된 대나무 숲길 옆으로 핑크뮬리가 사그러들고 있었다.
그래도 가을날의 흔적이었으므로, 그 옆으로 걷는 것으로도 만족을 했다.
황산공원은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물금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공원길을
꽃이 피는 가을도 아닌, 삭막함이 자연스러워지는 겨울날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래도 붉게 피는 애기동백꽃이 있어서 다소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던 ,강변의 공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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