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잊을수 없는 거조암

nami2 2009. 6. 28. 09:32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거조암은,대한불교 조계종 제 10교구 본사 은해사 산내암자이다.

     신라 효성왕 2년에 창건 되었다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영산전 안에는 석가모니 불상과 526분의 나한상을 모시고 있었으며, 그 영험이 뛰어나다고

     전해지면서 기도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기도하다.

     귀여우면서도 근엄하며,앙증 맞으면서도 우스꽝스런 얼굴들....

     오백분이 넘는 영산전 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526분의 나한님 앞에는 아주 작은 바구니가 놓여있다.

    그 작은 바구니에는 동전,사탕,쵸코파이 껌, 비스킷 등등이 들어 있었다.

     526분에게 한개씩이라도 똑같이 나눠주려면 커다란 가방에 사탕을 한가득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

    그곳에 가면  느낄수 있다.

    만일 쵸코파이를 드리고 싶다면 승용차로 한차 가득....) 단 한분이라도 빼먹어선 절대 안된다.(나한님들이 삐지기를 좋아해서)

    

     3년전 여름,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8월에 하고 있던 가게가 건물주인의 지나친 욕심때문에 빈손으로 나와야

     하는 절박함 (원상복귀)과 그리고 법원의 소송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이었다.

     무언가를 믿고 의지하며  절망의 늪속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안간힘은....

     지인의소개로 거조암엘 갔다

     물론 600개가 넘는 사탕 가방을 짊어지고 (다른 전각 불보살님과,그안에 계신 불보살님께 드리려면 620개정도를 준비해야한다.

      526분 ,한분 한분 나한님의 이름을 부르며(이름표가 있음),사탕 한개를 바구니에 넣고,절1배,그리고 마음속의 염원을...

     8월의 무더위와 법당안의 온도는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무더워서 절하다가 죽게 되면 ,부처님 그늘에서 죽음을

     맞이 할 결심을 한채 한분,한분 앞에서 시작된 나의 염원이 담긴 절은 3시간이 넘게 계속 되었다

     물론,따라간 친구 같은 동생이 생수병을 들은채,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탈진되어 쓰러질까 염려스러워서....

     땀에 젖은 옷이 비맞은 사람처럼 헝클어진 나의모습은 그래도 3번을 가야만 무언가 답을 얻을수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해 여름,죽기를 각오하고 3번을 가서 기도를 했던 '거조암'이었다.

    

     눈썹은 삐뚤 삐뚤,눈은 치뜨고,내리뜨고, 손은 모으고, 가리키고,웃는모습,성낸모습,무표정한 모습,시골 할아버지 같은...

     친근함은 어느새 존경심으로 바뀌고,소원성취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나한도량 거조암 이었다.

     본의아닌 ,어처구니 없게도 하던 가게가 풍지박산 정리하고 난후, 남은돈은 한달 생활비 정도였었다.

     벼랑위에서 신세한탄 하기보다는,또 대책없이 삶을 포기 하기보다는 그저 나한님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뿐이다

    

     그후에 곤란한 상황까지 가면 언제나 위급함을 넘길수 있는 밝은 빛을 그때 그때마다 볼수 있게 해주셨기에

     절박함을 극복할수 있었던 그곳이  나에게 힘을 주셨던 526분의 나한님들이 계신 '영천 거조암'은 잊을수없는 영험 기도 도량이다

     그때는 거조암으로 들어가는 시골길이 자두와 여름사과를 한참 수확 하고  있었던 아름다운 과수원 길이었어도

     머리속이 온통 근심으로 가득차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영천에서 하양을 거쳐 신령쪽으로 들어가는, 거조암으로 가는 시골길이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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