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가지전의 매력

nami2 2020. 9. 18. 22:02

 3일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여름날에 징그럽게도 많이 내린 비였기에, 이제는 지겨워할때도 되었지만

 가을채소 씨를 뿌려서 어린싹이 예쁘게 땅위로 올라오는 텃밭 때문에 지겨워할 겨를이 없었다.

 오후쯤에 비가 그쳐서 텃밭에 나가봤더니, 알맞게 비가 내려준 덕택에 모두들 예쁜 모습이었다.

 새롭게 일궈놓은 밭에서 가을채소들이 파릇파릇 보여지니까

 무자비했던 긴장마와 두번의 태풍으로 엉망이 된 텃밭의 모습들은 금새 잊혀지는 듯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재해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여름날에 아무렇게나 핀 코스모스는 그저 그렇게 봤는데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고, 곱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이제는 반가움이 되어 발길을 멈추게 했다.

 

 텃밭의 가지나무가 4그루 있었는데, 태풍이 2그루는 데리고 가버렸다.

 태풍만 아니었다면, 요즘 제법 많이 가지가 열리고, 맛도 좋아질때이다.

 여름날 보다는 가을 찬바람이 나면, 가지와 애호박이 맛이 있어진다는 주변 어른들의 말씀이다.

 잎이 모두 떨어져나간 가지나무를 보니까, 뿌리가 멀쩡해서 살려보려고 노력을 했다.

 태풍에 살아남은 새끼손가락만한 가지가 크고 있었고, 잎이 새롭게 나오고 있으며

 보라색 가지꽃도 한송이 피고 있었다.

 살려보려고 노력한 결과에 보답하려는 것 같아서, 밭에 갈때마다 일부러 문안인사 여쭙는다.

 

 가지전을 부쳐보려고 일단은 씻어 놓았는데, 모양은 엉망이다.

 마이삭 태풍에 강제로 떨어진 가지를 한꺼번에 제법 많이 땄지만,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것에 한계가 있어서

 햇볕에 말리려고 차일피일 날씨 좋은 날을 기다려보았지만

 하이선 태풍이 가고나서 ,제대로 날씨 좋은 날이 한번도 없었다.

 냉장고 야채박스에 보관하는 것도 하루이틀인데, 벌써 열흘이 넘다보니 가지가 썩어가고 있었다.

 밭에서 가지를 막 땄을때는  이웃에게도 나눔을 하지만

 냉장고에서 열흘이 넘게 들어있었던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나눔을 할 수 없어서 ,생각끝에 전을 부치기로 했다.

 절집에서 재를 지낼때마다 꼭 빠지지 않았던 가지전이었기에

 비구니 스님께 가지전 부치는 법을 배웠으면서도

 그동안 가지전을 부쳐먹지 않았음은 머리속 자체에서 망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우선 먹기좋게 썰어서 ,밀가루 옷을 입혔다.

 

 가지전의 준비물은

 부침가루와 계란 2개, 포도씨유, 그리고 소금만 있으면 된다.

 가지에게 밀가루옷을 입힌 그릇에 부침가루와 계란을 넣고 반죽을 하면서 소금을 약간 넣는다.

 

 반죽한 밀가루에 밀가루 옷을 입힌 가지를 넣고, 전을 부치면 되거늘...

 왜 그동안 전을 부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답답했다.

 머리가 나쁘면 손 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닐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전보다는 부치기는 쉬운 것이 가지전인데....

 

 노릇 노릇 전을 부쳐놓으니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냉장고 야채박스속에서 썩어나간 5~6개의 가지에게 미안했다.

 

 귀찮다는 생각만 하지 않았다면, 아주 가끔씩은 가지전을 먹을수 있었건만
 가지가 풍성하게 많을때는 왜 한번도 전을 부쳐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텃밭에 가지가 없어지니까, 아쉬움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쫄깃거림이라는 식감과 달착지근한 고소함...
 작은암자에서 재를 올릴때는

 꼭 빠지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표 '가지전'이 맛있었음을 새삼 인정해본다.

 절집에서는 그냥 부침가루만 사용했을뿐, 계란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맛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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