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가지 굴소스 볶음

nami2 2020. 11. 10. 22:04

 가을이 끝나도록 텃밭을 지키고 있을 맨드라미가, 한순간에 주저앉게 된 이유는....

 한번 정도 시원스럽게 내렸으면 하는 비소식 없이 가을 가뭄이 지속되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심심치않게 서리가 내리는다는 것이었다.

 옷자락이 젖을 만큼의 찬이슬이 내리는 아침에는 텃밭 채소들도 생기를 되찾은듯 싱싱하게 보였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된서리 때문에 잎사귀들이 엉망으로 되어버리는 계절은, 자꾸만 겨울바람을 마중하는 것 같았다. 

 

  감나무가 있는 밭주인에게 왜 감을 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새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랑말랑 홍시가 되어가는 먹음직스러운 감들이 새먹이라고 하니까

  감히 내입으로 넣는다는 것이 민망스러웠다.

 

 우리집 텃밭에 마지막 남은 가지나무이다.

 초가을이었던 9월 태풍 이후에, 제 구실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가지나무인데....

 보라빛 가지꽃이 예뻐서, 시간이 지나면서, 꽃이라도 보려고 텃밭에 남겨놓았더니

 어느 순간 부터는 꽃이 피더니 열매가 맺혔다.

 가지열매가 자라기에는 추워지는 계절이었기에 ,열매 까지는 감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가지나무가 소중하게 만들어낸 열매를 세개씩이나 딸수 있었다는 것에, 어떤 요리를 맛있게 먹어보겠는가를

 고민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가지요리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가지가 왕성하게 매달리는 여름철에는 요만한 가지는 구경도 할수 없는데

 진짜로 작은 가지를 세개씩이나 선물 받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이녀석들이 한참 자랄때는, 미끈하게 쭉 뻗어서 제법 큰 가지들이었는데

 마지막의 모습은 앙증맞고, 귀여웠다.

 그래도 장식용으로 놔두는 것 보다는 ,음식으로 끝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

 

 가지를 썰어서 소금 간을 해서 살짝 절여놓고

 가지볶음에 들어가는 재료를 준비했다.

 양파와 당근, 다진마늘, 대파

 

 우선 대파를 썰어서 파기름을 내기위해  포도씨유에 볶았다.

 

 파기름을 낸 후, 가지를 비롯한 모든 재료들을 넣고, 올리브유 기름으로 볶았다.

 

  거의 다 볶아졌을때 굴소스와 매실액 1스푼을 넣고 뒤적뒤적.....

 

 가지요리 중에서 내가 가장 좋하는 '굴소스 가지볶음'이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방울과 깨소금으로 마무리 한후 접시에 담아낸다.

 저녁 밥상에서 훌륭한 밥반찬이 되어주었다.

 

 저녁산책길에서 만난 개울가의 청둥오리이다.

 물속에 반영된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숲그늘 때문에 예쁘게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쓸쓸하게 다가오는 계절에...
  텃밭 언저리에 바람막이 처럼, 서있는 억새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제법 분위기를 만들어내는것 같았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곧 날아버릴것 같은 억새의 하얀 머리결이지만

  그래도 좀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깊은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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