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인지, 겨울의 시작인지는 가늠이 안되지만, 아무튼 절에 가는 날에는 날씨가 꽤 추웠다.
그러나 음력11월 초하루(양력11월 27일)에 다녀왔으니까, 시기상으로는 가을의 끝자락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도심의 공원에는 아직도 은행나무가 노란 물이 덜 들은 곳도 있었지만
산 자락에 위치한 절집은 이미 겨울이 와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 맞을 만큼, 날씨는 제법 추웠었다.
벤취에 앉아서 가방속에 싸가지고 갔던 김밥 먹는 것이 싫어서, 공양간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비빔밥을 먹었다.
초하룻날에 통도사에서 절밥 먹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할 만큼의 긴 줄을 서야만 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비빔밥을 먹는다는 것이 귀찮아서 늘 김밥을 싸가지고 다녔는데
통도사를 다닌지 20년 동안에, 초하룻날에 세번째 점심공양을 했던 이유는 날이 너무 추워서 였다.
이제는 포근한 날보다는 추운날이 더 많아질 겨울의 그림자가
일주문을 지나서 통도사 경내에 까지 들어온듯, 법당에서 기도를 하는데 ,발이 너무 시려웠음을 메모해본다.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초하룻에 통도사를 찾는 발걸음들은 여전히 많았다.
늘 커피 한잔과 김밥을 먹었던 벤취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가을의 끝을 지나서 겨울로 들어서는 시기였기에 ,몸보다 마음이 더 추웠던 것 같았다.
10월 초하루와 11월 초하루....
한달 사이에 풍경이 이렇게 달라질줄이야
앙상한 나무들이 모든 것들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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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끝내고,일주문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들은 모두 두툼한 겨울옷차림이다.
절집에서 겨울에 볼 수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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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이 먹기좋을 만큼, 건조된듯한 산수유 열매!
반건조된 곶감 처럼 쫄깃거릴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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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채 뜰 앞에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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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쯤에 찻잎을 따는 차나무의 꽃도, 겨울이 되니까 더욱 화사해진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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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는 통도사의 가을 끝자락 풍경이다.
웬지 더 추워보이는 풍경은 울창한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
다음 달쯤, 음력 12월 초하루에는 개울물이 꽁꽁 얼어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집으로 가는 길의 통도사 소나무 숲길에서 만난 풍경
날씨가 추울수록 더욱 상쾌한...
그런 통도사 소나무 숲길의 흙바닥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추워서 빠른 걸음으로 25분 소요되는, 숲길을 걸어나오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돌에 새겨진 글귀가 이상할 만큼, 머리속으로 스며 들었다.
올 때 한 물건 가져 온 것 없고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
온갖 것 가져 가지 못하고
오직 지은 업에 따른 몸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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