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금정산에 자주 갔었지만, 범어사에서 느껴보는 가을 풍경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스치듯 지나가면서 눈요기 한 것으로 끝이 난 것 같았다.
짧은 가을 탓도 있겠지만, 두번씩이나 금정산 산행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범어사를 그냥 스치듯 지나갔기에
혼자만의 여유로움으로 하기에는 ,그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아서 끝까지 배려를 했는데....
오히려 그들을 위한 배려가 ,나에게는 큰 부담으로 돌아와서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종교가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산행에서의 하산길이 범어사 경내로 들어가는 것 조차 외면당한다는 것이
씁쓰레함으로 남겨져서, 모처럼 동행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만 이상해졌다.
지난해는 범어사의 산내암자를 모두 찾아다니면서, 혼자만의 여유로움으로 만추의 풍경사진을 제법 찍었건만...
올해는 10월에도 11월에도 그냥 스쳐지나 갔다는것이 꽤 아쉬움으로 남겨졌다.
산그늘이 길게 드리워진 늦은 오후라서 은행나무의 예쁜 모습도 놓쳐버렸다.
다음 기회에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은행나무 잎은 내가 갈때 까지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니까....
지금쯤에는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겨졌을 것이다.
산속의 하루해는 너무 짧았다.
오후 5시 정도 되었는데, 한켠에는 햇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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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사라진 범어사 경내와 햇빛이 살아있는 범어사 건너편의 계명봉이 완전 대조적이었다.
단풍나무 끝자락의 까치들이 늦은 오후라는 것을 말해주는듯...
제법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햇빛이 있었다면, 참으로 예쁜 풍경이었을텐데,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모두들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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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경내에서 가장 예쁜 곳은 종무소가 있는 이곳이다.
이곳에는 일년 내내 ,언제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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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사진마다 모두 아쉬움이 역력했다.
선명하게 나타나는 음지와 양지...
이것이 늦은 오후의 애로사항인가보다
4시간이면 충분하게 산행을 마쳤을 것인데, 동행 했던 사람들의 엉뚱함 때문에...
빛이 모두 사라진 범어사 늦은 오후 풍경은 너무 고즈넉해 보였다.
범어사에서 바라보이는 산 저쪽은 언제쯤 빛이 사라질런지, 부러움으로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내가 먼저 산을 내려가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풍경들이 올해의 마지막 단풍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 주에는 집안에 계속 바쁜 일들이 있어서 범어사를 갈 수 없었고
다음 주에 갔을 때는 앙상한 나무와 낙엽만 수북히 쌓였을 것이라 짐작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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