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은 기온의 변화가 들쑥날쑥이었다.
너무 추워서 겨울옷을 꺼내 입었는가 했더니, 오후에는 따뜻한 봄날인가 할 정도로 변덕이 심한날이 많았고
오늘 엄청 추웠으면, 내일은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될때도 많았다.
그래도, 수북히 쌓여만가는 낙엽 밟는 것이 좋아서 추운줄도 모르고 자꾸만 발길이 산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11월이었기 때문이다.
산길에서 만날수 있는 작은야생화도 모두 사라져버린 쓸쓸한 계절이지만
풀 숲에 이상한 것들 때문에 겁에 질려야 했던 날들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 처럼
아무렇게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는 길을 걸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는 것이기에
가을 끝자락에 자꾸만 산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여유로운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것 같았다.
천년고찰 척판암
척판암은 원효대사께서 신라문무왕13년(673년)에 장안사와 함께 창건한 토굴로서
원효대사의 신통력으로 중국 당나라 태화사의 수많은 대중을 구한'해동원효 구중척판'일화로 유명한 절집이다.
척판암은 창건 당시에는 '담운사'라고 불렸으나
1938년 경허스님에 의해 중수된후 장안사의 부속암자로 유지되다가 최근에는 독립된 사찰로 자리하고 있다.
척판암 앞, 절벽 위에 자리잡고 서있는 나무는 아마도 몇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듯 했다.
암자가 자리잡은 뜰앞이 등산로가 될 정도로 아주 협소한 절벽위에 자리잡은 척판암에서
이 나무도 늘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원효스님이 밥상을 내던져 대중을 구했다는 일화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아침 서쪽 만리 밖에 있는 당나라 법운사에서 공부하는 1000여명의 승려가 장마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될 운명에 놓인 것을 알고, '효척판이구중'이라고 쓴 큰 판자를 하늘로 날려보내어
그 절 상공에 뜨게 하였는데, 이것을 보고 놀란 대중이 일제히 법당에서 나와 쳐다보는 순간에
뒷산이 무너져서 절이 매몰되었다.
이에 1000명의 승려들이 우리나라로 찾아와서 가르침을 받고 모두 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이때의 이적을 기리기위해 절 이름을 척판암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척판암에서 바라본 대운산
척판암이 있는 불광산 자락은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래킹 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쉬엄 쉬엄 호젓한 산길을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는 것이 꽤 즐거움이 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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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게 잎을 떨군 나무들이 점점 더 멋스러워지는 이유는...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기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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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푹신한 카펫처럼 낙엽이 쌓여만 가는 호젓한 산길은
이때 아니면 느껴볼 수 없는 낭만 같은 것이 있어서 더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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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예쁜 단풍은 낙엽이 되어서 떨어지는것이 아니라, 그대로 바스락 거릴 만큼 메말라간다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그대로 시간을 멈춰버린채
추운 겨울날에도 메마른 상태로 등산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가련할 만큼 예뻤기에
또다시 눈도장을 찍어보았다.
내일은 또 어느산으로 갈것인가, 물만난 고기 처럼 쉼없이 돌아다녀볼 겨울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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