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봄이 왔는줄 알았다.
향기 짙은 매화 위로 겨울에도 오지않던 하얀눈이 꽃이되어 내려 앉아도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얼음이 녹아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도,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주듯 얼굴을 뾰족 내미는
수많은 새싹들을 보고, 이제 정말 봄이 왔는줄 알았다.
그런데,그러한 것들을 시샘하는 바람이 세상을 몽땅 날려 버릴려고 한다.
음력 2월의 하늘에서 영등할매가 딸하고 내려 온 것이 아니라 며느리하고 내려오느라고
고부간의 갈등이 있었나보다.
세찬 바람이 봄꽃을 다 날려버릴것만 같다.
얼어 붙은 대지에 다시 봄이 움트고 있다.
겨울 동안 죽은 듯 잠잠하던 숲이 새소리에 실려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봄이 움틀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과 일상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는 그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묵은 버릇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작에서 새 움이 트는 것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중에-
너무도 조용한 , 인적이 없는 산사에 풍경소리만 뎅그렁 거리는데
살포시 노란 산수유꽃만 고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법정스님 먼길 가시는 날 먼 발치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며, 김해 주촌면에 있는 '선지사'에 들렸었다.
아미타 좌상이 계시다는 이정표를 따라 산사에 들어섰지만 절집에는 인적이 없고,주인이 없음을 알리는
처마 밑의 풍경소리만 쓸쓸함을 대변하는것 같았다.
사군자중의 하나로 꼽힐정도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매화는 봄이되면 제일먼저 겨울의
찬 기운이 채가시지 않은 공기를 뚫고 꽃송이를 내민다.
설중매 (雪中梅)라 하여 눈속에 피는 매화를 가장 아름답다고 일컫는 이유도 고난속에서 제 길을 꿋꿋이 가는
매화의 그 향기라도 전국에 모든이들에게 택배로 부쳐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작고 아담하며 고즈넉한 절집 '선지사'에는 아미타불 좌상 과 500나한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저마다의 각기 개성있는 얼굴들로 법당 안 만큼은 쓸쓸하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절집 주변의 매화 밭에는 매실을 따기위한 자그마한 농원이 있었다.
매화꽃 사이로 보이는 절집 풍경도 볼만했다.
겨울동안 꽁꽁 얼었던 계곡물에도 활기에 가득 찬 봄의 기운의 시원스런 물줄기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곧 푸르름을 만들기 위해서 쓸쓸한 숲속에도 연두빛 새 순이 돋아 날 것이다.
그리고 산새들의 노래소리도
봄은 벌써 겨울을 물리치고 우리곁으로 왔건만, 끈질긴 겨울바람은 떠나야함을 잊은 것 같다.
지난 가을의 흔적이 사라지기도 전에 푸른 빛을 띤 흰색꽃이 피는 '청매'가 낙엽 위에 피었다.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찬 겨울 잎 떨군 나뭇가지에 걸린 달빛과
긴긴 겨울을 견뎌내더니만 이내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꽃 그림자 나리운 하루가 열려 이제 함박 웃음을 띤 내게도
어서 깨어라 한다.
퍼붓는 창공의 햇살과 성근 꽃망울의 노랫소리에
절로 겨워 춤사위
훨훨 새하얀 나비가 되어 꽃분되어 날아 오르고파
향기로운 꽃향 되어 바람따라 사라져도 좋아
불두화는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철쭉이 질투할까 봄날 가득 홍매화 피다.
-원성스님-
봄꽃 중에서도 매화는 이른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낙엽 활엽수이다.
눈이 수북히 쌓인 겨울에도 제때가 되면 봄이 온걸 잊지 않고 꽃을 피운다.
창원 성주사에는 아직은 꽃이 보이지 않는 쓸쓸한 산사였기에 꽃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렸더니
뒷뜰 요사채 주변에 홍매화가 눈에 띄었다.
한창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를 바라보며, 이렇게 꽃이 피는 봄날에 떠나가신 스님을 생각했다.
스님께서 계시던 강원도 오두막과 불일암에도 매화는 피었을 것이다.
홍매화 꽃 사이로 성주사 지장전이 보인다.
지장보살을 간절하게 부르며 누군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재'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몇년전 5월 어느날 어머니를 산에 모시고 집에 돌아 오던날 , 주인이 떠나고 없는 꽃밭에는
주인이 정성으로 가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지장전에서 재를 올리는 누군가도, 설법전 분향소 의 스님도 이 아름다운 봄날의 홍매화,청매화는
예쁘게 피었건만 그저 안타까운 봄날이다.
그래서 꽃바람이 다시분다.
다시 겨울바람이 되어 세상을 날려버리려 하듯 그렇게 서러운 바람을 불게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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