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태풍이 다녀간 10월에 , 텃밭은 엉망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태풍 때문에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짓을 해봐서 스트레스를 해소 시킨 것도 있었다.
태풍 이동 경로가 부산에서 동해남부를 거쳐 울산쪽으로 빠져나간다는 소식과 함께....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위치가 산 넘어는 동해남부 바닷가였고, 그 산 밑에 있는 우리아파트에는
강한 바람 때문에 커다란 유리창이 깨진 집이 제법 있었다고 했다.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바람이라면, 나무에 달려있는 도토리가 몽땅 떨어졌다는 것은 상식적인 것...
태풍이 지나간 이튿날의 산길은 거의 도토리밭이 되었다.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몇몇 지인들과 함께 도토리를 주웠는데
지인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즐겼다.
국립공원이나 웬만한 산길에서는 동물들의 겨울 양식이라고 해서 도토리 줍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는데
아파트 뒷산의 도토리는 태풍이 한꺼번에 떨어뜨려놔서 동물들과 충분히 나눠먹어도 될 정도였다.
재미삼아서 주워온 도토리를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우선 햇빛에 말렸다.
햇빛에 말려야 껍질이 잘 까진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산 도토리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손바닥만한 묵을 제법 비싸게 돈을 받았기에
직접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일단,도토리묵을 시험 삼아서 조금만 만들어보려고 도토리를 물에 불렸지만
인터넷에 나오는 도토리 껍질제거 부터 가루 만드는 과정이 너무 골치가 아파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리던 도토리와 함께 이웃집의 지인에게 몽땅 갖다주었다.
차라리 비싸게라도 묵을 사먹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착한 이웃은 도토리 가루를 만들어서 가져왔다.
도토리묵은 즐겨먹는 편이지만, 한번도 묵을 만들어보지 않았는데 가루를 가져왔으니 방법이 없었다.
남는 것이라고는 시간뿐인데, 시간때우기 위해서라도 묵을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토리를 가루를 만들어 온 이웃의 설명을 듣고 묵을 만들기로 했다.
'도토리가루1: 물 6 '이라는 비율과 소금, 참기름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우선,큰 양푼에 가루와 물을 비율대로 계산해서, 물을 붓고 잘 풀어서 채에 받혀서 찌꺼기를 걸러냈다.
*가스레인지에 강중불에 놓고 끓이되, 같은 방향으로 저어 주면서 5분 정도 경과하면
밀가루 풀 형태로 변해 갔다.
*주걱이 움직이는 것이 뻑뻑해질 정도에 참기름1숟갈(밥숟갈)과 소금을 약간 넣고
최대한 약한 불에서 같은 방향으로 저어주었다.
약한 불에서 30분 이상 냄비 바닥이 눌지 않도록, 같은 방향으로 저어 주면 도토리묵이 된다고 했는데
예전에 생콩을 갈아서 콩비지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50분 동안 계속 저어 주었다.
30분으로 묵을 완성 했을때나, 50분 했을때의 묵의 양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오래 저어주면서 끓일수록, 묵의 색깔이 투명하고 식감이 좋다고 해서
초보자 입장에서는 50분을 택했다.
50분동안 가스레인지 앞에서 묵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니 신기했다.
오래전에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묵이 생각났다.
가루를 종이컵으로 2개 했더니, 묵이 요렇게 나왔다.
6시간 정도 경과 되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을 기다렸더니 정말 맛있는 묵이 되었다.
어찌나 신기했던지
탱글 탱글한 묵이 ,진짜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묵을 좋아 하는 우리집 아저씨 계실때에는 늘 큰누님께서 묵을 만들어 오셨는데...
한번도 내 손으로 묵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이 또 마음에 걸렸다.
시장에서 사다먹는 묵 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왜 그동안 묵 만드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묵밥을 먹으려고,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계란 지단 넣은 것을 후회했다.
국수도 아닌데, 왜 계란 지단을 넣었는지 맛이 별로였다.
그냥 깔끔하게 열무김치 국물을 넣고 만들어 먹는 것이 괜찮은데....
종이컵으로 2개 분량의 도토리묵이 시장에서 20,000원치 만큼이다.
그동안은 아는 사람들이 도토리 가루를 준다고 해도 ,묵 만드는 것이 싫어서 거절했는데
이제는 재래시장이나 사찰 입구에서 묵 가루를 팔면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별로 어렵지 않는 묵 만드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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