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날때 마다 행선지를 정해 놓지 않은채, 시골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두사람의 취미였는데
그것마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것으로 묶여버린 2개월!!
어쩌다가 컨디션이 좋은날에 운전대를 잡은 환자가 무작정 시골길을 달렸다.
매미소리 시끄럽게 들리던 여름날의 풍경은 모두 사라지고, 보여지는 풍경들은 가을색이었다.
환자가 아프기 시작한 7월, 그리고 병원생활을 했던 8월과 9월
푸르름은 사라지고, 세상은 어느새 누런색으로 변해가는 10월 풍경이었다.
쉼없이 다니던 여행길은 막혀버리고, 숨막히는 투병생활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잠시 잠깐 한바퀴 돌아보았던, 아름다운 시골길의 가을풍경이 오랫동안 환자의 기억속에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꽃무릇의 마지막 모습인듯.....
사라져가는 꽃송이와 남아 있는 꽃송이가 반반이다.
해마다 9월이면 꽃무릇을 보기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다니던 여행길이었는데
올해는 한송이의 꽃무릇도 볼 수 없었던 환자에게는 참으로 멋진 풍경이었다.
.
.
우리 두사람을 기다려준듯한 꽃무릇도 곧 자연으로 돌아갈 것 같은 위태로움이 보였다.
그래도 참으로 감사했다.
환자에게 꽃무릇을 보여줄 수 있어서......
구지뽕나무 열매
쳐다만 보아도 식도가 따가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가을풍경이니까 사진을 찍었다.
구지뽕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식도에서 부터 위장 까지 폭팔하는줄 알았던 몇년전이다.
구지뽕이 몸에 좋다고 먹어보라고 해서 두개 정도 먹었는데,끔찍한 상황을 겪은 기억이.....
요즘은 보기드문 꽃이 되었다. '칸나'
참취꽃이 숲을 이루었다.
산그늘이 내려앉은 시골길의 풍경이 멋스러웠다.
참취꽃
오직 하나!!
수없이 많은 것 보다 이런 풍경을 좋아 한다.
멋지다.
잡초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풍경이다.
피기 시작하는 억새가 청초해보인다.
냇물이 흐르는 수변 공원에서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었다.
혼자 걷고 싶어서 수변공원 길을 걸었다.
요즘은 혼자 걷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풀 숲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았다.
환자를 간병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라는 것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홀로 남겨지는 것보다는 환자라는 이름도 좋으니까 10년 정도만 붙들고 싶어진다.
'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날의 선물 (0) | 2017.10.21 |
---|---|
가을 아침 산책길에서 (0) | 2017.10.13 |
영암 도갑사 가는 길에서 (0) | 2017.09.14 |
장미꽃이 예쁜 집 (0) | 2017.05.30 |
넝쿨장미꽃 향기를 따라서 걷는 길 (0) | 2017.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