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은발머리 나부끼는 억새의 물결을 보려고 억새군락지를 찾아서
창녕 화왕산, 언양 신불산, 밀양 재약산, 부산 해운대 장산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않고
해마다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해 부터는 마음은 산 정상 까지 올라갔지만, 몸은 산 밑 들판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부담스러울 만큼 점점 힘겨워지는 산행의 원인은 건강에 켜진 빨간 불 때문이다.
꼭, 산 정상에 올라가야 억새를 보는 것은 아닌데, 왜그렇게 억새를 보러 산으로 갔는지
어쩌면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파트 후문 쪽의 들판에 억새가 장관이다.
그렇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걷기운동을 하면서 바라보는 억새풍경이 그다지 멋스럽지는 않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는가
어느새,억새의 은빛 머리와도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파란 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흰구름 까지도....
들판에서 찍은 우리 아파트 주변
훅~~하고, 입으로 불면 모두 날아가버릴 것 같은 은발이 아름답다.
가을 햇볕에 느끼는 짙은 국화향기가 그리움을 만든다.
돌아올 수 없는 기억저편의 산골마을이었던 외갓집!
그 곳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산국 향기가....
들국화라고 생각했던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을꽃이다.
쑥부쟁이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계절이다.
청초함이라는 뜻이 생각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
내가 사진을 너무 잘 찍은 것일까
바라 볼수록 예술품 같다.
가을날의 쓸쓸한 산책길에서 혼자만이 가져보는 여유로움이
몸 속에 도사리고 있는 몹쓸병의 수치가 쑥 내려간 것 같다.
.
세월이 좋아진 것일까
일그러진 모습의 '모과'가 점점 예뻐진다.
어느 누가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했는지?
일찍 추수를 한 논에 벼가 또 자라고 있다.
깊은 가을에 어울리지 않는 푸르름이다.
모든 것들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늦가을에는 색깔 또한 카키색이나 갈색이어야
경건한 마음이 될 것 같다.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그리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생의 끝자락이 80이라면, 절반도 남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마음 비움을 준비해야 될 것 같은 숙연함이 마음 속 주변을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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