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들판에는 남은 것이라고는 김장용 무우와 배추 뿐이다.
불과 열흘전에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가을풍경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흔적없이 사라졌다.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열차의 흐름이란 삭막하고, 쓸쓸하고, 황량함 그 자체이다.
또하나의 카메라에 찍어 놓은 사진이 밀린 숙제로 남아 있기에 들여다 보았더니
어느새 과거 사진이 되어 있었다.
흔적없이 사라진 가을풍경이 카메라에 남아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생각했다.
열흘전의 집 주변 들판이 이렇게 아름다웠었다고,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이 언제 있었나 할 정도로 지금 들판은 모든것이 사라졌다.
논바닥을 운동장 처럼 돌아다녀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코스모스 꽃잎도 거의 시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들길은 그냥 어수선했다.
흙으로 돌아가는 의식이 이곳 저곳에서 서글픔으로 남는다.
열흘전에도 꽃잎을 떨구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지금은 빈 쭉정이뿐이다.
남들처럼 건강한 삶을 유지해보려고 매일같이 걸었던 산책로에는 떨어지는 낙엽뿐이다.
그래도 11월은 예쁜 낙엽 융단을 밟아보는 사치라도 누려보지만
그 이후의 추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뭄이 움츠려든다.
엄청 많았던 메뚜기들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다.
이슬이 내려앉은 벼포기 사이로 톡톡 날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해서
옷이 젖는줄도 모르고 사진 찍기에 바빴었는데.....
새끼를 업어주는 엄마 메뚜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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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밭에도 역시 메뚜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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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핀 여뀌의 흔적도 사라졌다.
가을 들길은 하루 하루가 삭막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윤기 흐르던 '스크령'의 모습도 지금은 백발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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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는 텅빈 가을 들길에서 겨울 마중을 하는 꽃이다.
보랏빛 색깔은 들길에서도, 산길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색깔이다.
아침 부터 비가 내렸다.
오후에는 비가 그쳤지만, 가을비는 한번 내릴때마다 추위를 몰고 온다는 말이 있다.
불청객인 감기가 주변을 맴돌까봐 긴장이 된다.
꿈속에서 보았던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꿈을 깨고난 후의 허전함 처럼....
열흘 전에 사진으로 찍었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거짓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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