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머니가 계신 곳은 여전히 찔레꽃이 피었고, 뻐꾸기가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이곳으로 이사를 하시던 날에도 뻐꾸기가 그렇게 애절하게 울더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음식을 장만하고,마침 초파일이라 길이 막힐까봐 서둘러 길을 떠났다.
부산에서는 4시간이면 갈 수 있었고, 서울에서는 넉넉잡고 2시간이면 갈 수 있었던 산골짜기에는
서울에서 내려오는 가족들의 발목을 잡은 고속도로 사정상....
어머니가 계신 작은 집 주변을 어쩔수 없이 기웃 거리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은집을 장만하여 이사를 했지만,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산골짜기에는
꽃향기와 새들의 노래소리, 그리고 신발 위에 노랗게 쌓여가는 송화가루뿐이었다.
호수 에서 바라보이는 어머니의 작은 집은 산등성이 중간 지점 왼쪽 끝자락에 있다.
호숫가에 핀 노란 꽃창포
시원한 숲 그늘이 그리울 만큼 초파일의 날씨는 심하게 따끈따끈 했다.
높은 나무 꼭대기 위에 있는 작은새는 어찌나 목소리가 좋던지
생전에 성악가의 영혼이 새가 된 것은 아닌지?
하얀 공조팝꽃이 잘어울리는 곳은 공원묘원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있었다.
공조팝
철쭉
이곳은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 있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주름잎
산책나온 아기다람쥐
비단잉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호숫가
요렇게 작은 집은 그리움이 있는 애틋한 친정집이다.
부모님께서 계시는 곳이니까....
길이 막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서울 가족들에 의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여동생과 조카
출가외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일에는 참석치 못하고, 기일 다음날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다.
초파일에 세상을 버리셨으니까, 기일은 초파일 전 날인 음력 4월7일이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야외상차림은 김밥과 떡,과일, 전을 준비 했다.
부모님께서 계신 곳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더구나 어머니의 기일은 음력 4월이기에 유난히 더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등나무꽃 향기와 윙윙거리는 벌떼들 틈새를 파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설쳐댔더니
무시무시한 벌침들로 쫒아내려고 한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벌떼들이 등나무꽃에 붙어 있었다.
악기를 연주 하는 것 같은 윙윙소리는 두려움같은 것이어서 분위기 파악을 빨리 하고
도망을 쳤다.
그래도 등나무꽃은 아름답고, 향기는 달콤했다.
해마다 볼 수 있는 등나무꽃이지만, 찔레꽃 만큼이나 늘 그립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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