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머무는 곳에는 아직도 여름이 있고, 초가을이 있다.
막바지 가을날의 바쁜 움직임 속에서도 눈치 없는 꽃들은 자꾸만 꽃을 피운다.
무서리가 내리는 날 힘없이 사그러질 꽃들이지만, 아직도 초라함을 잊은채
가을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내 눈에 보여지는 봄과 여름꽃들이 점점 애처로워 보인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갈 곳 잃은 꽃들이 좀 더 머물 수 있도록 기원할 수 밖에....
여름내 무성했던 풀도 사라지고, 들판은 점점 겨울로 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고구마밭이 허물어지면,봄이 올 때 까지 산책길은 그냥 쓸쓸해질 것이다.
황금들판이 눈깜짝할 사이에 빈 들판으로 변해버렸다.
찔레꽃 열매
낙엽으로 변한 잎이 사라진 숲에는 빨간 열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배풍등 열매
구기자
붉은 장미의 외로움은 곧, 서러움이 될 것 같다.
서리가 내리는 가을인데, 갈 곳을 잃어버린 장미
늦가을 들판에서 보물을 찾았다.
늙은 호박도 애호박도 아닌 호박들이 애처로워 보인다.
곧 서리가 내리면 모든 것이 끝이 될텐데...
그래도 맛있는 호박국은 끓일 수 있다.
가을꽃은 아닌 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다.
분꽃
울타리에 마지막 남은 동부콩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지는 것 같다.
잎이 떨어져가는 나무 위의 감들이 더욱 멋스러워진다.
앙상한 나무가지에 매달린 감 때문에 새들의 출입이 잦아지는 것 같다.
이 쓸쓸한 가을에 바라볼 수 있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은
주홍 빛깔의 고운 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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