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늦가을 여행을 하기 위해서 오늘 서울행 열차를 탔다.
타향살이 하듯,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산에서 이런 저런 지인들과
직장동료 였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월이 벌써 30년인데...
쌓아놓은 끈끈한 정이 무엇인지?
때로는 훌훌 털고 타향을 벗어나서 고향쪽으로 가고 싶을 때도 있었으나
그것도 인연 따라 머무는 곳이 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타향살이에서
그래도 견뎌내는 것은 봄 가을에 서울 가족들과 떠나는 여행탓인지?
쓸쓸한 타향에서 혼자만의 생활도 이제는 적응이 된 듯 했다.
열차를 타고 차창가에 스치는 풍경들은 고향 땅 주변이라서 좋기는 했었다.
KTX는 대전역을 지나고, 오송역을 지나서 천안 아산역...
어린시절, 학창시절의 숱한 추억이 있었던 고향 주변이었다.
그리고 서울역을 지나서 행신역에 도착 할 동안에
창밖으로 스치는 만추의 풍경들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모처럼의 서울행인데 날씨가 우중충이었다.
동해남부 해안가 집 주변의 단풍이라고는 아주 어설픈 모습이었으나
그것도 멋진 풍경이라고...
본격적으로 만추의 여행을 하기 전에 집 주변의 사진들을 우선적으로 메모해본다.
감나무의 단풍이 곱게 물들었고
단풍 잎 사이로 매달린
두개의 감이 신기하게 보여졌다.
새들이 먹다만 말랑한 감과
또 한개의 감은 한쪽이 썩어가고 있었다.
두개의 감은 어쨋든 새들의 몫...
이런 만추의 풍경도 봐줄만 했다.
산 밑의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너무 작아서 눈깔사탕 만큼 작았다.
말랑해지면 한입에 쏘옥 넣었으면 좋겠으나
나무가 너무 높았다.
저렇게 작은 감은
주인이 없는 진짜 야생감이었다.
어쩌다가 한개 주워먹으면
꿀보다 더 단맛이 있는 홍시감인데
씨가 너무 많다는 것이 흠이다.
걷기운동을 하다보니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은발의 억새가 만추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옆으로 머리 산발한 갈대가
흉물스런 모습으로 차분한 억새에게
시비를 거는 것 처럼 보여졌다.
늦가을의 억새와 갈대의
대조적인 모습이 참 우습기도 했다.
들길을 걷다보니 물이 흐르는 도랑가에
보라빛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절대로 잎을 만지면 안되는...
도깨비가지'라는 괴상한 식물을 만났다.
도깨비가지꽃은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인데
줄기와 잎에 가시가 있는
엄청 살벌하고 무서운 식물이었으나
가지꽃을 닮았기에 꽃은 예뻤다.
2002년도에 생태교란 생물로 지정된
도깨비가지꽃의 꽃말은 '믿을 수 없음'이다.
아파트 화단가에 하얀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얗고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었는데
은은한 향기가 괜찮은 '구골목서'였다.
구골목서의 꽃 피는 시기는 늦가을이며
은목서 보다는 꽃이 늦고
구골나무꽃 보다는 늦게 핀다고 했다.
구골목서의 꽃말은 '유혹'이었다.
이런 저런 봄꽃이 피고 있는 늦가을에
빨간 구기자 열매가
꽃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늦가을에 구기자꽃도 예쁘게 피고
빨간 구기자 열매는 가던 길도 멈추게 하고
또한 구기자 열매는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알려졌다는 것이 신기했다.
집 주변 공원길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분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공원 한켠에만 이렇듯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다른 곳은 일주일 정도 더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만추의 풍경이니까 만족스러웠다.
노란 은행잎 찾기...
집 주변에는 아직도 푸르름(50%)이
어설픈 은행나무이건만
어렵게 찾아낸 은행나무는 진짜 멋졌다.
열흘 남짓이면 12월이 시작 된다.
그런데 쉼없이 해풍이 불어대는 집 주변은
해풍 탓에 이런 단풍은 절대로 볼 수 없다.
그냥 계절 모르는 꽃들만 자꾸 피고 있었다.
멋스러운 만추 풍경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어느 도심 공원에서 만나본 단풍이
멋지고 아름답고 참으로 분위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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